"더는 안 합니다" 28년 구조 경력 선장의 하소연
[KBS 제주] [앵커]
최근 추자도 해상에서 좌초된 어선의 선원 구조를 돕던 배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자신의 배를 끌고 구조하러 나섰다가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본 건데요,
구조를 요청했던 해경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했습니다.
보도에 허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기울어진 배에서 연신 물이 뿜어져 나오고, 사람들은 저마다 밧줄을 붙잡고 배를 육상으로 끌어당깁니다.
지난달 31일, 추자도 해상에서 선원 등 7명을 태운 어선이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습니다.
이날 해경 요청을 받고 밤 중에 배를 끌고 나가 구조를 도왔던 김종우 씨는 큰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프로펠러는 곳곳이 깨졌고, 기둥 중앙을 감싸던 빨간색 덮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부서졌습니다.
사고가 난 어선을 끌고 오다 배가 망가져 천만 원이 넘는 손해를 입은 겁니다.
그런데 해경이나 추자면은 김 씨의 도움 요청에 뚜렷한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28년 넘게 낚싯배를 몰며 구조를 도왔는데도, 더는 나서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윱니다.
[김종우/구조 어선 선장 : "정말로 이제는 머뭇거려진다니까. 시간과의 싸움인데, 빨리 출동하고 해야 하는데 생각을 몇 번 하게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안 나갈 수도 있고. 다른 핑계를 댈 수도 있는 거 아녜요."]
해경 요청을 받고 구조를 돕다 재산상의 손해를 입은 경우, 제주도 조례와 현행법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제주도엔 올해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지만, 관련법에 근거해 전국 해양경찰청에 배정된 예산 5천만 원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요청한 해경 파출소는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피해자에게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조치했습니다.
[최영필/제주해양경찰서 수색구조계장 : "파출소나 우리 해양경찰서로 청구서나 미리 연락을 주시면, 그 부분에 절차대로 진행하시면, 위원회를 열어서 가결됐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제주 지역 해상 사고에서 민간 어선이 구조를 돕는 경우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30% 이상.
민간 어선들이 해상 사고의 중요한 조력자로 남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허지영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그래픽:박미나
허지영 기자 (tanger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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