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믿었다가..뭐 하나 맞지 않는 백신 수급계획

김지훈 2021. 8. 9.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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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접종]한달새 '벌써 세번째' 공급 차질
대통령 "8~9월엔 차질 없을 것"
모더나 공급확약 2주 만에 번복
정부 "계약위반 아냐..법적대응 못해"
향후 사태 재발해도 뾰족수 없어
정부, 2차 접종 간격 연장하면서
10월 '70% 접종 완료' 계획에 차질
하반기 '만성적 수급불안' 불가피
시험관 뒤로 모더나 로고가 보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8~9월 접종에 차질 없는 백신 도입을 약속했는데도 모더나 백신이 또다시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의 백신 수급 계획 전반의 불안정성이 또다시 노출됐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상공인 등이 한계에 몰린 상황이다. 하루라도 빨리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방역에 숨통을 틔울 여지가 생기는데 2차 접종 간격이 3~4주에서 6주로 늘어나는 등 그 발걸음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9일 정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모더나사의 백신 공급 차질 문제가 불거진 건 이번까지 세번째다. 55~59살 사전예약을 시작한 지난달 12일엔 모더나 백신 공급 문제로 185만명에서 예약을 사실상 선착순으로 조기 마감했다. 이어 유럽 생산시설 문제로 지난달 말 도입이 예정된 날짜에 백신이 들어오지 않게 되자, 지난달 26일에는 8월2~8일 접종 예정이던 55~59살의 접종 백신이 대거 모더나에서 화이자로 바뀌기도 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존 러포어 모더나 부회장과 화상회의를 열었고, 정부는 “‘8월에 차질 없게 공급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8, 9월 접종을 위한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확약 이후 2주일 만인 지난 6일 늦은 시각, 모더나사로부터 8월 공급 물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통보가 도착했다. 정부는 이날 이런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면서도, 정확한 8월 공급 물량이 얼마인지조차 비밀 유지 협상을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모더나는 2010년에 창립한 회사로 이번에 코로나19 백신을 만들기까지는 백신 등 의약품 생산 경험이 아예 없는 회사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자체 생산시설이 없어서,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제약회사에서 백신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캐나다, 일본, 체코, 스페인 등에서도 외신을 통해 공급 차질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는 하반기 주력 백신으로 엠아르엔에이(mRNA) 방식의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을 활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10월 이후까지 진행될 2차 접종이 만성적인 수급 불안을 안고 가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이번 일은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로 모더나에 위약금을 물려야겠지만, 전 세계가 백신을 원하는 특수 상황이라 그렇게도 하지 못한다”며 “모더나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는 작은 기업이라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화이자 백신을 더 구매하거나 아스트라제네카를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모더나에 법적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는 이날 “백신의 구체적 공급 일정은 협의를 통해 정하는 것으로, 계약서상에 명시되지 않아서 공급 차질을 계약 위반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도입 차질과 관련해 정부가 모더나사에 항의했지만, 정부가 앞으로도 이런 사태 재발을 제어할 뾰족수가 없음을 내비친 셈이다.

이처럼 2차 접종이 늦어진다는 것은 국내 유행 확산을 차단하고 일상 회복을 촉진하는 전략의 한 축이 약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 모두 1차 접종 땐 30%대로 높지 않지만, 2차 접종 뒤엔 각각 67%와 88%로 올라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1차 접종으로도 중증·사망 방지 효과는 상당하지만, 감염 확산세를 꺾으려면 2차까지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접종 간격이 늘어난다고 해서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는 없다”면서도 “성인의 50%까지는 2차 접종률을 빨리 올려야 전체 유행 규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텐데, 이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10월 말로 예상됐던 전 국민 70% 접종완료 시점도 2주가량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추석 연휴 전에 전 국민 70%, 3600만명 1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애초 4주 접종 간격일 때 전 국민 70%가 2차 접종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10월 중순께로, 항체 형성 기간 2주를 추가로 고려하면 10월 말까지 전 국민 70% 접종이 완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공급 차질로 이 기간은 모두 2주씩 연기되는 게 불가피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며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확보한 백신 물량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반드시 목표달성을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확산세를 잡아나가면서 동시에 백신 접종률을 높여나가야만 고강도 방역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급 차질이 백신 접종 속도내기를 가로막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 수급에 계속 문제가 생기면 불확실성이 생기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생길 수 있어서 접종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며 “접종에 소극적이던 사람들이 관심이 생겨서 맞으려다가도 접종 순서가 밀리며 이탈할 가능성도 발생한다”고 짚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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