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대한민국예술원 풍경
송경동 | 시인
얼마 전 ‘대한민국 예술상’을 받아보라고 연락이 왔다
대통령상이라 했다 영장이라면 모를까
김진숙이나 복직시키지 비정규직 양산법이나 없애지
개성공단 열고 남북열차나 잇지
몇 년 전 약속했던 예술인권리보장법이나 통과시키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안 받겠다고 했다
상금도 있다 했지만 싫다고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 살아온 걸까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주요 캠프에서 웬 벤또도 아니고 멘토나
무슨 위원이 돼 달라고 한다
그때마다 싫다고 했다
전엔 친일부역하고 5·18 광주학살을 자행한
전두환 각하께 바치는 시를 썼던
미당 서정주 문학상을 받아보라는 연락이 왔었다
받지 않을 까닭을 조목조목 말해주던
그땐 그래도 세상에 대한 자상함이 남았던가 보다
그런데 어떤 교수 출신 저명한 예술가들께서는
기존 연금에 더해 한 달에 꼬박꼬박 180만원씩을 받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되고 싶어 줄을 서고
자신들끼리 모여 몇 년짜리 한시적인 명예를
‘종신제’로 바꾸는 정관 개정도 했다는데
몇 년 전 작고한 서른두 살 청년작가 최고은은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다고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있을까요
번번이 죄송합니다. …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다는 쪽지를 남겼었지
그나마 나는 선방했다는 위안이나 긍지보다
기껏 저항이라는 게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소극적 반항밖에 없는 것인지
자꾸 뭘 받아보라는 건
이젠 내가 티끌만큼도 불온해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
놓쳐버린 웬 상다리나 상금보다
그게 그렇게 분하고 서글플 뿐이다
4·19혁명 후 김수영을 빌려 얘기하자면
시중의 부동산값 금값만 천정부지로 뛰고
계란값마저 한 판에 만 원이라는데
기성 육법전서를 넘어 구 자유당처럼 불법을 감행해도 모자랄 혁명을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 놓은
그놈들의 사진을 다시 떼어 밑씻개로나 쓸까
이런 옹졸한 내게 상까지 주시겠다는
높으신 가카야 고매하신 선생님들아
나는 여전히 얼마나 작으냐
모래알처럼 티끌처럼 나는 얼마나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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