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쪼그라드는 한·미훈련, 이래서 안보 지키겠나

2021. 8. 8. 23: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미 당국은 오는 16일부터 9일간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얼마 전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하자 당정은 한목소리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로 맞장구를 쳤다.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쓸 때는 '시뮬레이션 훈련'이라 하고, 읽을 때는 "한·미 연합훈련"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한·미 연합훈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축소·운용돼선 안 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월 훈련 때보다 규모 더 축소
北 김여정 이어 中도 훈련 간섭
안보 뒷전으로 내몰아선 안 돼
2016년 10월 한미 해병대 장병들이 백령도에서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미 당국은 오는 16일부터 9일간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열린 상반기 훈련 때보다 훈련이 대폭 축소된다고 한다. 미군은 예정대로 참가하고, 우리 군 규모만 줄이는 훈련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얼마 전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북남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하자 당정은 한목소리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로 맞장구를 쳤다. 급기야 한·미 당국은 코로나 사태를 명분으로 내세워 훈련을 축소하는 선에서 진행키로 한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이미 ‘컴퓨터 키보드 게임’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18년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쇼’ 이후 사실상 없어졌다. 3년 넘게 대규모 실기동 훈련 없이 대폭 축소한 채 지휘소 훈련으로만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앙상한 뼈대만 있는 상황인데, 이번에는 주간에만 훈련하는 등 규모와 내용 면에서 모두 축소한다고 하니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을 쓸 때는 ‘시뮬레이션 훈련’이라 하고, 읽을 때는 “한·미 연합훈련”이라고 한다. 지구상에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훈련을 이런 식으로 엉성하게 하는 나라가 있을까. 훈련의 구체적 내용도 우리측의 요구대로 이뤄졌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엊그제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과 한국이 합동군사훈련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정말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기를 원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취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주권 침해를 한 것 아닌가. 중국이 한미훈련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간섭 해도 우리 정부는 먼산 바라보듯 한다.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 연합훈련은 동맹 차원의 방어훈련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55만명분의 국군 접종용 백신을 제공한 것은 3년 전의 ‘제대로 된 훈련’을 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평시에 땀 흘려야 전시에 피 흘리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일체의 비핵화 대화를 거부한 채 지금 이 시간에도 잠수함 발사능력과 전술핵 개발 등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한·미 연합훈련은 어떤 일이 있어도 축소·운용돼선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더 이상 북한 눈치를 보며 안보를 뒷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될 것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