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핏줄 터지고, 손가락 너덜너덜..몸 멀쩡한 선수가 없었다[Tokyo 2020]

도쿄 | 윤은용 기자 2021. 8. 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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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자배구 주전 선수들 줄부상에도
끝까지 투혼 발휘하며 감동 선사

8일 도쿄 고토시 아리아케아리나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대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도쿄|이준헌 기자

주장은 허벅지 핏줄이 터져 테이핑을 칭칭 감고 나왔다. 주전 세터는 손가락이 성치 않아 토스를 온전히 올리기 쉽지 않았다.

멀쩡한 선수 하나 없이 4강까지 오른 한국 여자배구의 투혼은 대회 끝까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도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공격, 리시브가 모두 김연경을 향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한·일전 극적인 5세트 역전승 때는 오른쪽 허벅지에 실핏줄이 터져 맺힌 피멍이 화제가 됐다. 그러고도 김연경은 풀세트를 뛰며 30점을 올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김연경은 2008년 무릎 관절 연골이 파열될 때까지 시즌을 치른 뒤 국가대표 경기에 나섰고, 이번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한 예선 때는 복부 근육이 찢어진 상태에서 진통제로 버텨가며 끝내 팀을 올림픽 본선에 올렸다.

‘코트 위 야전사령관’으로 꼽히는 세터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번 대회 염혜선의 토스는 늘 비난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염혜선을 탓할 수는 없다. 온전치 않은 손가락으로 경기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KGC 소속인 염혜선은 지난 2월 리그 도중 오른손 손등뼈와 4번째 손가락 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고 시즌아웃됐다. 이후 수술을 받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대표로 뽑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뛰었다. 올림픽에서는 토스를 올릴 때마다 손가락에 통증이 몰려왔음에도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김희진은 소속팀 IBK기업은행에서 미들 블로커(센터)로 뛴다. 반대로 대표팀에서는 라이트를 맡는다. 유럽 선수와 견줘도 크게 밀리지 않는 신장(186㎝)에 점프력도 좋은 김희진을 눈여겨본 라바리니 감독의 결단이다. 김희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김연경에 이은 2옵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김희진도 이번 대회 내내 무릎 때문에 고생했다. 지난 5월 무릎 수술을 받은 뒤 충분한 재활을 하지 못하고 대표팀에 합류한 김희진은 점프할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제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없었다. 통증이 심해 출전과 치료를 반복해야 했다. 김희진은 “통증의 정도를 수치로 얘기할 수가 없다. 휴식을 취하면 그래도 경기를 뛸 수 있었는데, 경기가 끝나면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었다”고 했다. 그런 통증에도 김희진은 꾹 참고 뛰었다.

이들이 코트에 온몸을 던진 것은, 대회가 큰 무대에서도 정점인 올림픽이라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또 자신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여정이 더욱 빛났던 이유다.

도쿄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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