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얼음으로 바다코끼리 머리 내려쳐 치명타..북극곰의 '무서운 사냥법'

이정호 기자 2021. 8. 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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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원주민 목격담·탐험가 자료 등 종합
국제학술지 ‘아크틱’ 최신호에 실려

일본 오사카시 덴노지 동물원에서 북극곰이 2m 길이의 나무 막대기를 활용해 공중에 매달린 고깃덩어리를 치고 있다. 덴노지 동물원 제공

북극곰이 덩치 큰 먹잇감의 머리를 돌이나 얼음으로 내려쳐 치명상을 안기는 사냥법을 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주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캐나다 앨버타대와 미국 워싱턴대 등에 소속된 과학자들이 지난 수세기 동안 북극권 원주민인 이누이트족 사이에서 내려오던 목격담과 서구 탐험가들의 광범위한 자료를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아크틱’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북극곰이 돌과 얼음을 사용해 먹잇감을 공격하는 사례는 18세기부터 기록돼 있다. 이누이트족 사이의 목격담과 북극을 탐사하던 서구의 동식물 연구자들의 서적을 통해 이 같은 사례가 전해졌다. 19세기 이후에는 끔찍한 살해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사냥법에 대한 묘사가 좀 더 세밀해진다. 연구진에 따르면, 1883년 한 이누이트족이 “북극곰이 앞발로 얼음덩어리를 붙잡은 채 뒷다리를 쭉 뻗어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사냥감의 머리에 큰 힘으로 얼음을 던졌다”고 말한 내용이 당시 작성된 보고서에 담겼다.

논문에 따르면 북극 탐험가 찰스 프랜시스 홀이 1865년 출간한 서적은 더 특이한 상황도 전한다. 홀은 “북극곰이 절벽에 올라 사냥감의 머리 위에 큰 바위를 던져 두개골을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코앞의 사냥감을 손쉽게 가격한 게 아니라 먼 거리에 놓인 사냥감과의 거리를 가늠해 바위를 밀었다는 얘기다.

주목되는 점은 북극곰이 이런 사냥법을 쓰는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주로 당한 건 ‘바다코끼리’였다. 성체가 된 바다코끼리는 무게가 900㎏에 이른다. 이에 비해 북극곰은 대개 800㎏을 넘지 않는다. 만만치 않은 덩치를 지닌 먹잇감을 제압하기 위해 북극곰이 돌이나 얼음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 법한 이런 북극곰의 사냥법을 연구진이 진지하게 탐구한 데에는 근거가 있다. 2010년 일본 오사카시 덴노지 동물원에서 비슷한 사례가 관찰된 것이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고고’라는 수컷 북극곰의 머리 위 3m 높이에 고기 조각을 달아 놓고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고고는 한 달 동안 점프하는 방식으로 발을 뻗었으나 실패한 뒤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라스틱 파이프 조각을 던지거나 2m 길이의 나무 막대기를 휘둘러 고기를 아래로 떨어뜨려 먹은 것이다. 연구진은 “북극곰이 야생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덩치가 큰 먹잇감을 사냥할 때 제한적으로 도구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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