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이 쏜 27개의 金, 그 뒤엔 정몽구 정의선 '37년 뚝심'
8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 6개를 따냈다. 그런데 이 중 4개가 양궁에서 나왔다. 한국 양궁은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7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며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 양궁이 ‘넘사벽’이 된 데에는 37년째 한결같이 양궁을 지원해온 현대차그룹의 뚝심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2대(代)에 걸쳐 비인기 종목인 양궁을 지원해온 것은 스포츠단을 지원하는 다른 기업에도 귀감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비 쏟아부은 정몽구 회장
대기업이 체육단체 한두 곳을 반의무적으로 맡아 지원을 하던 1980년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처음 양궁협회장에 올랐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보는 그의 성격은 양궁에도 적용됐다.
그는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선수들을 위한 격려 파티를 열었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면 포장해 선수들에게 보내곤 했다. 해외에서 낯선 음식과 물 때문에 고생하는 선수들을 위해 한국 음식과 물을 공수해 보내고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기 위한 과학 장비들을 직접 사거나 개발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미국 출장에서 정몽구 회장이 직접 구매한 심박수 측정기, 시력 테스트기 등을 협회에 보낸 일화는 유명하다. 자비로 5000만원을 들여 세계 최초의 양궁 연습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당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이 만든 이 연습기에는 활에 레이저 조준기가 부착돼 있어 더 정교한 활 쏘기를 도왔다. 해마다 협회에 지원하는 20억원 중 15억원은 정몽구 회장의 사비로 채워졌다.
정 회장은 4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일반석에 앉아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까지 끝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그가 비 오듯 땀을 흘리는 것을 보고 협회 직원이 양산을 받쳐 주자 “선수들이 뙤약볕에서 고생하는 거 안보이냐. 그런데 웬 양산이냐”며 직원을 나무랐던 일화도 있다.
◇정의선 회장,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아들 정의선 회장은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이어받아 16년간 협회를 이끌고 있다. 평소 소셜미디어 채팅방에서 선수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정 회장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는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시상대에서 나와 정의선 회장의 목에 메달을 걸어주며 눈물을 터뜨렸다. 이때 정 회장은 “오늘은 다리 뻗고 자. 너무 고생 많았어”라며 안 선수를 격려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안산 경기에 앞서 협회 임원에 문자를 보내 안산 선수에게 격려 전화를 해도 될지 물어봤다고 한다. 혹여 경기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협회 임원이 “괜찮을 것 같다”고 하자 정 회장은 안산 선수에게 전화해 “믿고 있으니 경기를 잘 치르라”고 격려했다.
그는 대표팀의 주요 양궁 경기가 있는 날 매 경기를 참관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직전엔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그는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방문 전과 방문 후, 2번 받았다고 한다. 선수촌에선 칸막이를 쳐놓고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작년 1월 미얀마 전지훈련에도, 2019년 아시안 선수권대회도 오셨다”며 “일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선수들을 직접 챙긴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처럼 과학 기술로 선수들의 기량을 높이는 데도 노력 중이다. 지난 리우올림픽 때부터는 불량 활을 골라내는 로봇(고정밀 슈팅머신)을 지원하고 있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로봇 도입 후) 선수들에게 철저히 검증된 활을 쓴다는 믿음과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고 경기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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