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과 극과 극' 대비된 야구 대표팀의 '침통한 귀국'

신창용 2021. 8. 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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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하는 야구대표팀 (영종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오승환(왼쪽) 등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8.8 hihong@yna.co.kr

(영종도=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2020 도쿄올림픽 한·일전을 앞두고 한국 야구 대표팀의 더그아웃엔 '대한민국 야구 화이팅'이라고 적힌 태극기가 걸렸다.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쓴 한국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의 기운을 야구 대표팀에 물려주기 위해 선물한 것이다.

야구 대표팀 관계자는 "대한체육회가 양궁 대표 선수들이 귀국하기 전 태극기에 사인을 받아 야구 대표팀에 건네줬다"고 전했다.

하지만 금메달의 기운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야구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참가 6개국 중 4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귀국 현장 분위기도 극과 극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굳은 표정으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올림픽 2연패 좌절이라는 아쉬운 결과보다 내용상으로 무기력한 경기를 한 탓에 선수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올림픽] 양궁 대표팀 '금의환향'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대표팀 오진혁(왼쪽부터), 김우진, 김제덕, 강채영, 장민희, 안산이 1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8.1 kane@yna.co.kr

불과 일주일 전, 양궁 대표팀의 귀국 분위기와는 확연하게 대비됐다.

당시만 해도 공항에는 다시 한번 세계 최강임을 입증한 양궁 대표팀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했다.

대표팀 선수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향하던 여행객들도 발길을 멈췄고, 공항 직원들조차 먼발치에서 출국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워낙 많은 취재진이 몰려 경찰과 인천공항 측이 통제와 동선 확보에 애를 먹을 정도였다.

'파이팅 궁사' 김제덕은 공항이 떠나갈 듯 우렁찬 '파이팅'을 거듭 외쳐 분위기를 띄웠다.

그때와 비교해 야구 대표팀의 귀국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팬들의 실망감을 의식한 듯 선수들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둘러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흔한 꽃다발도, 미디어 보드도 없이 취재진 앞에 선 김경문 감독은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그는 "국민들이 많이 성원 보내고 응원해주셨는데 감독으로서 너무 기대에 보답을 못 해서 마음이 매우 아프다"고 씁쓸하게 소회를 밝혔다.

이번 대표팀에는 한국 야구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 신화를 보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운 선수들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이들 '베이징 키즈'는 선배들이 일군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아 이번에는 자신이 '도쿄 키즈'를 만들고 싶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 꿈이 무산된 젊은 선수들은 비통해했고, 그 도전을 뒷받침해주지 못한 선배들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특급 루키' 김진욱은 "오승환 선배님이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며 "조상우 형을 비롯해 다른 선수들에게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회 최고의 중견수로 선정된 박해민은 "원했던 결과는 아니었기에 아쉬웠다"며 "좋은 선배들과 야구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귀국하는 야구대표팀 (영종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강백호. 2021.8.8 hihong@yna.co.kr

대표팀은 결전을 치르기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대표팀 몇몇 선수들이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일반인들과 술자리를 가져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그 여파로 대표팀 선수 2명이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일본 도쿄로 떠난 대표팀은 그때보다 더 굳은 얼굴로 돌아왔다.

게다가 강백호의 태도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경기력 외적인 요소로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강백호는 지난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은 8회초 더그아웃 펜스에 몸을 기댄 채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하게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혀 공분을 샀다.

분노한 팬들은 강백호의 소셜미디어(SNS)를 찾아가 인신공격성 비방을 서슴지 않았다.

강백호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들릴락말락 작은 목소리로 양해를 구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김 감독은 강백호의 행동에 대해 "야구계가 여러 가지로 안 좋은 것만 부각되고 있다"며 "내가 물어보니 강백호도 시합을 이기고 있다가 역전되는 순간이라서 자신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고 있더라. 선배들이나 지도자들이 가르치고 주의를 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가 너무 안 좋은 쪽으로 공격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귀국하는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 (영종도=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8.8 hihong@yna.co.kr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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