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인텔 '회심의 일격', High-NA EUV는 무엇일까?<2>

강해령 기자 2021. 8. 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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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NA EUV, 마스크 배율 조정한 '아나모픽' 기술도 주목
피사계심도 개선·관련 생태계 혁신 등 과제 산적
[서울경제]

#앞선 ‘[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인텔 ‘회심의 일격’, High-NA EUV는 무엇일까?’ 1부 기사에서는 High-NA EUV 장비에서 렌즈 크기가 중요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1부 링크를 보시려면 클릭!>

◇1부 네 줄 요약

High-NA EUV 원리. /사진=서울경제

△EUV 노광 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EUV 빛으로 찍어내는 위한 최첨단 장비다.

△노광기로 초미세회로를 찍어내려면 공정 상수(K1)와 파장(λ)은 낮추고, NA 값은 올려야 한다.

△노광 공정 전문가들은 부단한 노력으로 공정상수(K1)를 낮추고 있고, 이제 EUV라는 빛까지 개발해 파장까지 낮췄다.

△각 변수가 한계에 도달한 지금, 남은 변수인 NA를 키울 차례다. 0.33NA에서 0.55NA로 키운 High-NA EUV 장비로, 더욱 미세하면서 선명한 회로를 만들 수 있다.

그럼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서, High-NA EUV 장비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소인 ‘아나모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또 다른 High-NA의 키워드, '아나모픽'

High-NA EUV는 렌즈 외에도 또 다른 차별점이 있다. 마스크 회로 모양의 변화다. 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모양이 새겨진 6인치 정사각형 모양 소재다. 마스크에 반사된 EUV는 웨이퍼를 향해 질주하고, 렌즈를 거쳐 웨이퍼에 닿으면 축소된 회로가 웨이퍼에 찍힌다.

기존 0.33NA EUV 노광 장비 방식으로 마스크를 활용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알파벳 M을 노광한다고 가정했을 때, 0.55NA 환경에서는 EUV 빛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입사 빔과 반사 빔이 충돌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사진=서울경제

그런데 High-NA 장비에서는 기존 구조대로 노광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NA 증가로 빛이 커지면서, 마스크를 향하는 입사 빔(beam)과 튕겨져 나온 반사 빔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상태라면 빛의 이동 경로에 전반에 문제가 생기고, 웨이퍼에 회로가 찍히더라도 모양이 흐릿한 불량품이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크게 다음 세가지 방법이 시도됐다. 그러나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컸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 /사진=SPIE

①빛과 중심축 사이 각도를 기존 6도에서 9도로 넓히는 법. 입사빔 각도를 키우면 겹치는 부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각도를 키우는 만큼 마스크 회로 곳곳에 그림자가 생기고 각 미세 회로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②웨이퍼 회로를 마스크 회로의 1/4씩 축소하던 걸 1/8 배율로 줄이는 방법. 빛 충돌은 피하면서 완벽한 회로가 찍힌다. 하지만 한번에 찍어내던 칩을 극단적으론 4부분으로 나눠 찍어야 해서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③아예 마스크 면적을 2배 키우는 방법. 장점은 있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6인치 정사각형을 표준으로 하는 마스크 생태계를 모조리 바꿔야 하는 '대수술'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ASML은 앞선 시도에서 드러난 단점들을 메울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원 모양 빛의 가로만 축소한 길쭉한 타원 모양 빛으로 형태를 바꾼 것이다. 빛의 양은 기존보다 소폭 줄어든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였던 빛의 충돌을 없애면서, 기존 각도를 유지해 마스크 그림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묘수다.

High-NA 장비에서의 노광 방식. 예를 들어 알파벳 M을 노광한다고 가정하면, 빛은 가로만 찌그러뜨렸으니, 반대로 마스크 회로는 축소한 만큼 쭉 늘린다. 늘어난 회로를 6인치 마스크 한 장에 모두 담을 수는 없어 두 번에 나눠서 결과물을 이어붙인다. 각각 노광된 것을 이어 붙이면 ‘M’이 완성된다./사진=서울경제

그러면서 마스크 회로도 변형한 것이 바로 '아나모픽'이다. 빛을 가로로만 찌그러뜨린 것은 좋다. 하지만 회로는 원하는 회로보다 호리호리하게 웨이퍼에 찍히게 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스크 회로는, 마치 수타 짜장면을 반죽할 때처럼 가로 비율만 쭉 늘려서 웨이퍼에는 예전처럼 정사각형 회로가 찍히도록 하는 별난 방법을 썼다. 빛 변형으로 인한 ‘밸런스 붕괴’를 마스크 회로 변화로 최소화한 것이다.

ASML의 아나모픽 콘셉트. 빛 모양이 y축으로만 좁아졌기 때문에, 왼쪽 마스크(레티클)에 y축이 긴 직사각형 타일 모양 회로가 새겨졌더라도 웨이퍼에 찍히는 건 정사각형 타일 모양 회로가 될 수 있다. High-NA에서 마스크 배율은 x축은 기존 방식대로인 4배,y축만 기존 대비 2배인 8배를 적용한다. 자료=ASML

물론 회로를 원래보다 길게 쭉 잡아당겼기 때문에, 예전처럼 한 번 만에 노광을 끝낼 수는 없다. 따라서 기존 회로를 절반으로 나눠서 노광하고, 회로를 이어 붙이는 방식을 택한다. 생산성은 기존의 절반으로 줄지만 최악의 경우인 1/4로 줄어드는 것보다는 나은 최선책이다.

대신 ASML은 감소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노광기 속도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ASML은 High-NA 노광 공정에서는 마스크가 움직이는 속도를 기존의 4배, 웨이퍼가 움직이는 속도를 2배씩 올려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인텔은 새로운 High-NA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반도체 업계에서 인텔의 파급력은 막대하다. 이들이 High-NA 시대에 진입한다면 EUV 생태계도 새로운 변곡점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은 High-NA시대가 도래할 것을 대비, 협력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은 ASML, 벨기에 반도체 연구 허브 아이멕(IMEC)과 손잡고 High-NA용 트랙 장비를 개발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활발한 차세대 연구가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인텔은 초미세회로 결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계측 장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인텔, 2021 EUVL 워크샵 자료

High-NA의 한계점도 지적된다. 우선 계측 분야에서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업계 주장이 나온다. 인텔은 2019년 열린 한 학회 발표에서 "High-NA로 극미세 회로를 찍어낸다고 하더라도, 불량 여부를 판단할 만한 계측 기술이 아직 없어 큰 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해상력이냐, 피사계심도냐. 그것이 문제다. NA값이 커지면 해상력은 개선되지만, 피사계심도가 감소해 초점 맞춘 곳 외 영역이 흐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포토레지스트 성능 개선 등으로 공정상수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과제. ./사진=구글

렌즈 크기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피사계심도(DoF·Depth of Focus) 감소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NA를 올려 빛을 많이 모아 해상력을 높이는 건 좋지만, 피사계심도가 줄어 회로 모양이 흐릿해지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조리개를 열수록 사진기가 빛을 많이 받으면서 감성 충만한 아웃포커스 사진(맨 왼쪽)을 건질 수 있다. 하지만 노광에서는 이것이 치명적 단점이 된다. 렌즈 크기가 커지며 해상력을 개선한 것은 좋지만, 아웃포커스 사진처럼 초점 맞은 곳 외에는 흐린 회로가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제공=소니

이 문제는 사진기의 조리개 원리로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조리개를 많이 열수록 빛을 많이 받아서 배경이 흐릿한 SNS 감성의 ‘아웃 포커싱’ 사진을 건질 수 있지만, 이 경우는 바깥 풍경을 담을 수 없어 인물 사진에만 적합하다.

반면 노광은 모든 회로를 깨끗이 담을 수 있는 도구(렌즈)가 필요하다. 렌즈 크기를 키우면, 이 도구는 회로 주변부를 ‘아웃 포커싱’ 해버리면서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감소된 피사계심도는 극한의 공정 상수 혁신으로 개선해야 한다. 인텔, ASML이 기존 포토레지스트 회사는 물론 인프리아 등 무기물 포토레지스트 업체와 손잡고 전혀 새로운 종류의 소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도 이 이유에서다.

High-NA 시대는 아직 개화하지 않았기에, 앞으로 어디서 어떤 새로운 문제점이 출현할 지 모른다.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훗날 High-NA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년 내 다가올 High-NA 시대. EUV 전쟁 '후반전'에서 인텔과 반도체 생태계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뜨거워진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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