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자격있다"더니..김연경 "꿈같은 시간이었다" 끝내 눈물

이준희 2021. 8. 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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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33)의 '라스트 댄스'는 마지막까지 빛이 났다.

한국과 세르비아의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8일 낮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

이날 김연경은 "(대한민국배구)협회 등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연경은 그동안 도쿄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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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16년 국가대표 은퇴 암시한 김연경
"자부심이고 영광이었던 국가대표
지금 이 순간,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김연경이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표승주와 포옹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연경(33)의 ‘라스트 댄스’는 마지막까지 빛이 났다.

한국과 세르비아의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8일 낮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 세트 스코어 0-3(18:25/15:25/15:25)으로 마친 뒤 믹스트존에 나타난 김연경은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센스 넘치는 농담으로 기자들을 내내 웃게 만들던 모습과는 달랐다. 이날 김연경은 “(대한민국배구)협회 등과 이야기를 해봐야겠지만,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될 것”이라며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혔다. 16년간 한국 여자배구를 지켜온 에이스의 눈빛에 만감이 교차했다.

김연경은 그동안 도쿄올림픽 메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메달 꿈이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때는 별생각 없이 갔고, 리우올림픽 때는 욕심을 냈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정말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며 “준비하면서 ‘정말 이 정도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후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절하게 대회를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모든 여정이 끝난 뒤 그에게 몰려온 감정은 쉽사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는 “머릿속이 하얗다. 저도 제 기분을 잘 모르겠다.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연경이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상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연경이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날 김연경은 경기가 끝난 뒤 웃으면서 세르비아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팀 동료들에게 “웃어도 된다. 웃을 자격이 있다”고 독려했다. 그렇게 리더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한 그는 그제야 눈물을 보였다. 언제나 팀과 경기가 우선이었던, 리더로서의 품격은 마지막 순간에도 여전했다. 그는 “많은 관심 덕분에 너무 즐겁게 배구를 했던 것 같다. 꿈같은 시간이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연경에게 국가대표는 “그 의미를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자부심이었고, 영광이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기로 한 김연경은 “(후배) 선수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 끌어올린 걸 통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올림픽 가운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던 김연경. 그는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장 밖으로 향했다. 믹스트존을 나서는 김연경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모든 걸 쏟아부은 도전을 끝마친 뒤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올림픽 경기장을 마지막으로 나서는 그 마음은 누구도 쉽사리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김연경이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 믹스트존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마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이제 국가대표라는 이름을 내려놓는 김연경. 그는 한국 여자배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 큰 이정표를 남겼다. 인간이 어떻게 스포츠를 통해 더 발전하고 성숙할 수 있는지, 인간과 인간이 스포츠를 통해 어떻게 연대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그런 모습은 한국 팬들뿐 아니라 숙적 일본 팬들의 마음까지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잘 풀릴 때도, 고되고 힘들 때도 항상 “원팀”을 강조했던 김연경이야말로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 진정한 그리고 영원한 올림픽 스타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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