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쿄올림픽 폐막, '비인기·비메달' 종목에서 본 희망

한겨레 2021. 8. 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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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이 8일 폐막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선수들이 각본 없이 펼친 17일간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비인기 종목에서 선전했고, 메달과 상관없이 세계적 수준의 기록을 낸 선수들도 많았다.

7일 근대5종 남자부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며 3, 4위를 기록한 전태웅, 정진화 선수는 올림픽 말미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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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세르비아와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서로 포옹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폐막했다. 전세계에서 모여든 선수들이 각본 없이 펼친 17일간의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환호와 탄식,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선수들이 흘린 굵은 땀방울에 용해됐다. 우리나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으나, 메달 수로 환산할 수 없는 더 큰 것을 얻었다. 비인기 종목에서 선전했고, 메달과 상관없이 세계적 수준의 기록을 낸 선수들도 많았다. 텔레비전 앞에 앉은 국민들도 아낌없는 격려와 찬사를 보냈다.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여자 배구는 이번 올림픽의 백미였다. 우리 대표팀은 지상파가 생중계를 외면한 경기에서 숙적에 맞서 거푸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이며 승리를 이어나갔다. 비록 메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국민들을 금메달 이상으로 가슴 벅차게 했다. ‘원팀’이라는 애칭답게 김연경 주장과 선수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한데 어우러져, 패색이 짙을 때조차 서로에게 웃음과 격려를 보내는 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7일 근대5종 남자부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하며 3, 4위를 기록한 전태웅, 정진화 선수는 올림픽 말미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우하람 선수는 남자 3m 스프링보드에서 4위에 올라 한국 다이빙 역사를 새로 썼고, 황선우 선수는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신기록과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웠다. 우상혁 선수는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올랐다. 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선수, 여자 탁구 신유빈 선수, 여자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등 수많은 10~20대 신예들이 선전하며 ‘폭풍 성장’을 예고했다.

이번에 우리 선수들은 스포츠 정신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줬다. 양궁 3관왕에 오른 안산 선수는 실력 못지않게 경기 과정을 즐기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다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운동에 사랑과 긍지를 갖고 있기에 그럴 것이다. 한국 스포츠가 엘리트주의·성적지상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밝은 신호다.

물론 지난해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에서 확인된 적폐가 하루아침에 일소되기는 어렵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체계적 지원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내부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산 선수를 향한 ‘여성 혐오’를 무력화시킨 우리 국민의 성숙한 태도가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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