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세입자 갈등 폭발..갱신권 충돌 피하려면..

박윤예 2021. 8. 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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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세입자 갈등 해법
임대차3법 시행이전 매매는
6개월전 소유권 등기 못해도
새주인 계약갱신 거절 인정
임대차3법 이후 매매계약은
기존 세입자 권리 먼저 보호
법인은 임대차법 대상 아냐
실거주 이유 세입자 못 내보내

◆ 집주인-세입자 갈등 급증 ◆

`2년+2년`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계약 연장을 놓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정 공방이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서울 서초동의 한 부동산 전문 법률사무소 앞을 보행자가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해 7월 31일부터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시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논란의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중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은 계약갱신청구권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세입자와 집주인 간 소송은 세 건 있었는데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이 중 한 건은 집주인인 '법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계약 갱신을 거부해 벌어진 소송이었는데, 재판을 담당한 서울북부지법 민사8단독 반정모 판사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은 실거주 (인정) 대상이 아니다"며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비교적 판단이 명확했던 재판이었다.

반면 집주인과 세입자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다른 두 건의 소송은 다양한 변수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보였는데 한 건은 집주인이, 다른 한 건은 세입자가 각각 승소했다.

8일 매일경제는 두 건 소송의 판결문을 입수해 세입자와 집주인의 운명을 가른 세 가지 쟁점을 짚어봤다. 분석 결과, 두 건 모두 실거주하려는 새 집주인과 기존 세입자 간 청구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 양상을 보였다.

지난 3월 나온 갱신청구권 관련 첫 번째 판결에서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정부의 임대차보호법 개정 취지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원고 A씨는 실거주 목적으로 작년 8월에 경기 용인의 한 주택을 샀다. 세입자 B씨는 기존 집주인과 올해 2월까지 전세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기존 집주인은 매매계약 당시 새 집주인이 실거주 목적인 만큼 전세계약을 연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세입자에게 통보했다. 세입자 B씨도 새 집을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 만인 작년 9월 세입자 B씨는 기존 집주인에게 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A씨는 갱신 요구를 거절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이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세입자 B씨는 A씨가 등기를 마치기 전 기존 집주인에게 청구권을 행사했다"며 "기존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게 아니므로 A씨가 실거주한다는 이유로 B씨의 청구권을 거절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 5월 유사한 사건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문경훈 판사는 새 집주인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매매계약 체결 당시 도입될지 알 수 없던 세입자의 청구권이 실행되기 전에 먼저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면 형평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기존 집주인의 갱신 요구 거절은 '그 밖에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을 좀 더 살펴보면, 원고 C씨는 작년 7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샀다. 매매계약 당시 세입자는 기존 집주인과 올해 4월까지 월세계약을 맺은 상태였다. 세입자는 작년 10월 5일 기존 집주인에게 청구권을 행사했고, C씨는 작년 10월 30일에서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다. 기존 집주인은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반발한 세입자가 집을 비우지 않자 C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건 소송의 판결에서 볼 수 있는 갱신청구권 분쟁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임대인 지위 승계 시기를 매매계약 체결일 또는 소유권 이전 등기일 중 언제로 봐야 하는지다. 매매계약 체결일과 소유권 이전 등기일 사이에는 통상 3개월 시차가 있는데, 이 기간에 세입자가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에 법무부·국토교통부는 소유권 이전 등기일을 임대인 지위 승계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계약금 10%를 지불하는 매매계약 체결일에 사실상 임대인 지위 승계가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둔 무렵에 유권해석을 통해 "이 같은 분쟁을 피하기 위해 새 집주인은 전세계약이 끝나기 최소 6개월 전에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둘째, 세입자의 변심이다. 수원지법은 세입자의 갱신 요구 번복에도 세입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법무부는 세입자가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퇴거하기로 '합의'한 뒤 매매계약을 맺었을 경우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기존 집주인이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했다. 이때 합의는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 이후 합의한 것만 유효하다.

셋째, 갱신 거절 주체가 기존 집주인(매도인)인지, 새 집주인(매수인)인지가 문제다. 지금까지는 실거주하려는 새 집주인이 원고로서 소송을 제기했다. 임대차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는 "임대차 3법은 아직 미완의 법이라 해석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반인 소유 집에 살던 법인 세입자는 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법인 세입자는 2년 더 살겠다고 연장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거절하면 집을 비워줘야 한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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