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헤즈볼라, 15년 만의 로켓포 공격 공식화.."전쟁 준비"
[경향신문]
이스라엘과 레바논 집권 정당 헤즈볼라가 이틀간 로켓포 공격을 주고받았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면서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15년 만에 양측의 긴장이 고조됐다.
현지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7일(현지시간) 헤즈볼라가 전날 이스라엘 북부 산림지역을 향해 로켓포 19발을 쐈다고 보도했다. 그중 16발이 국경을 넘어와 10발은 이스라엘 미사일방어시스템 ‘아이언돔’에 요격됐고, 6발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공터에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 국경 쪽에 대포 40여발을 쏘며 대응했다. 양측 모두 사상자는 없었다.
헤즈볼라는 이례적인 성명을 통해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전날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전투기로 공습한 데 보복하기 위해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산림지역에 로켓포를 쐈다고 밝혔다. 레바논 내 소규모 친팔레스타인 무장단체와 이스라엘군이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일은 종종 있지만, 헤즈볼라가 직접 공격 배후를 자처한 것은 2006년 8월 레바논 전쟁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5일 전투기까지 동원해 레바논을 공습한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양측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날선 말을 주고받았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7일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 15주년 기념 TV 연설에서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필요하다면 준비돼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적절하고 비례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을 시험하지 마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가 국내 경제적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공격을 단행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레바논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88%로 올랐고, 실업률도 40%까지 치솟았다. 레바논 집권당인 헤즈볼라는 지난해 8월 2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베이루트 창고 폭발 참사에 대한 책임론에도 직면했다. 지난 4일에는 참사 1주년을 맞아 베이루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으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분석했다.
이번 공격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물밑 전쟁인 ‘그림자 전쟁’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슬람 시아파 벨트로 묶이는 헤즈볼라는 이란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란 정부가 헤즈볼라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새 지도자들을 시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은 7일 수도 테헤란에서 나임 카셈 헤즈볼라 사무차장을 만나 이번 헤즈볼라의 공격이 극우 성향의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신임 총리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란은 헤즈볼라의 저항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충돌이 확전할지는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의 의지에 달렸다. 하레츠는 “베네트 총리는 헤즈볼라와 이란에 의해 자신이 시험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동시에 쓸모없는 전쟁을 피해야 한다”면서 “이번 충돌은 안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등 다른 문제로 힘든 이스라엘에 나쁜 타이밍에 빚어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수일간 양측 간 전쟁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하레츠는 “헤즈볼라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앙숙 관계다. 이스라엘은 198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잔당을 축출한다는 명목으로 레바논을 침공해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다. 2006년에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병사 2명을 납치했다면서 레바논을 침공했다. 당시 34일간의 전쟁으로 레바논에서 1200명이, 이스라엘에서 160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희생자는 대부분 민간인이었고, 이스라엘 희생자는 대부분 군인이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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