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세쌍둥이 출산 대가 서울대 전종관 교수 "분만은 기다림..생명 탄생은 기쁨"

장윤서 기자 2021. 8.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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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다 세쌍둥이 분만시킨 '삼둥이 전문가'
"산부인과 의사 되려면 술기도 능숙해야"
"태아 한명도 놓치지 않으려 세쌍둥이 두 달에 걸쳐 출산"
"임신 중 많이 걷고 움직여야 건강에 좋아"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조선비즈

한국은 ‘쌍둥이 대국(大國)’이다. 우리나라 출생아 숫자는 지난 40년 동안 꾸준히 줄었지만, 쌍둥이 비율은 같은 기간 5배 늘었다. 국내 쌍둥이 출생률은 1981년 출생아 1000명당 5쌍에서 지난 2019년 22.5쌍으로 4.5배 늘었다. 이는 전 세계 평균 쌍둥이 출생률(1000명당 12쌍)의 약 두 배다.

한국에서는 세쌍둥이(삼태아) 출산 산모도 1년에 약 100여명 정도 된다. 이 중에서 20~30명의 산모가 서울대병원에서 세쌍둥이를 출산한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가 있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지난 15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쌍둥이를 분만시켜 ‘삼둥이 전문가’라고 불린다. 그런 전 교수를 지난 2일 만났다.

전 교수는 산부인과 전공을 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원래는 생식 내분비를 선택하려 했으나 당시 은사인 고(故) 이진용 교수님의 권유에 산과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세부 전공을 선택한 당시 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했다. 그 당시엔 난임 환자를 진료하는 생식내분비 분야가 가장 활발했고 인기도 많았다. 전 교수는 산과를 선택한 것에 대해 “지금도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출산의 과정은 고통이 동반한다. 하지만 고생 끝에 온 새 생명의 탄생의 순간은 경이롭다. 의사는 이런 분만 과정에서 24시간 대기한다. 다태아 출산에는 더 많은 노고가 따른다. 산모와 아이 모두 출산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나에게는 매일 매일이 분만의 경험이지만, 한 가정에서는 특별한 한 번의 일”이라며 “출산 조력자로 나를 선택해 준 산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30여년 분만 과정에서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전 교수는 “양수가 부족해 출산이 어려운 쌍둥이도 있었고, 유산을 막기 위해 세쌍둥이를 두 달에 걸쳐 출산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세쌍둥이나 네쌍둥이는 조산(早産)이나 유산 위험이 높아 일부 태아를 ‘선택적으로 유산’하는 경우도 있다.

전 교수는 “아이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지구의 긴 역사를 볼 때 고작 60년 먼저 내가 태어난 것일 뿐인데,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쉽게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지 말자고 늘 생각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쌍둥이 임신부의 자연 분만 성공률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쌍둥이 분만은 둘째 아이까지 나와야 분만이 끝난다. 첫째 분만은 보통의 임신부와 다를 것이 없지만, 첫째를 분만하는 사이 둘째의 위치가 머리에서 엉덩이로 바뀔 수도, 가로로 누울 수도 있다.

전 교수는 이 경우를 대비해 태아의 발을 잡고 꺼내는 분만 술기를 할 수 있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산과 의사가 되면 공부뿐 아니라 술기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쌍둥이의 정상 분만은 그 중 하나”고 말했다.

국내에서 세쌍둥이가 2개월의 터울을 두고 태어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세쌍둥이 출산에서 ‘지연 간격 분만’은 흔한 경우는 아니다. 지난 2018년 세쌍둥이를 임신한 산모는 11월 첫째 아이를 낳은 후 2개월이 지난 2019년 1월 나머지 두 명의 쌍둥이를 출산했다. 2명의 쌍둥이가 해를 넘겨 출산해 첫째 아이와 두 명의 쌍둥이 사이에는 한 살 터울이 졌다.

전 교수는 “3명의 아이를 8주 이상 간격을 두고 출산시키고 모두가 생존한 것은 의학계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받는 첫 사례”라면서 “태아 성장에 최적 환경을 갖춘 자궁 속에 한 명의 태아라도 가능한 한 오래 머물도록 함으로써 사망 위험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대학병원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전 교수는 5년 전부터 쌍둥이 임신과 세쌍둥이 임신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시작했다. 산모와 남편의 정보와 혈액을 수집하고 분만할 때 버리는 탯줄의 혈액을 모았다.

태어난 후 4개월, 6개월에 설문지를 받았고 36개월까지 6개월마다, 그 이후에는 1년마다 설문지를 받고 있다. 그는 “아기의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다면 일찍 진단해서 가능한 빨리 치료하기 위해서 였다”며 “48개월에는 태어난 뒤에 유전적인 변화가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신생아의 구강점막세포를 우편으로 받고 있다. 어느덧 1500명이 넘는 가족이 모였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선 2000년대 중반부터 쌍둥이 임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1년에 30~50명 정도였던 쌍태 임신부는 2006년 100명, 2009년에는 200명, 2011년부터는 300명이 넘었다. 서울대병원의 1년 분만 건수가 1000~1200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쌍태 임신부 비중이 높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인터넷 보급과 임신부들 사이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병원에서 쌍태임신 정상분만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임산부들이 더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5년 동안 약 450명의 세쌍둥이 산모가 전 교수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등산하는 사람들이 8000m급 히말라야 산맥의 어느 봉우리까지 가 보았느냐를 말하는 것처럼, 다태임신을 많이 진료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지면서 수월해졌고, 좋은 결과에 따라 쌍둥이 임신부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있었다”고 했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은 유독 임신 과정에서 산모가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임신 중은 물론이고, 출산 이후에도 최대한 많이 걷고 움직이는 것이 건강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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