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기각률 99.9% '난민쇄국' 日..망명신청자 강제송환도

전수한 2021. 8. 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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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서 망명 희망선수 3명 나와
일본은 '난민쇄국' 악명..신청 기각률 99.9%
폐쇄적인 국민성에 난민 반대 우익세력 영향도

역대 올림픽마다 망명을 희망하는 선수들이 끊이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에는 3명의 망명희망자가 있었다.

'세 손가락' 경례를 했던 미얀마 축구선수 피리앤 아웅이 첫째다.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 군부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한다. 피리앤 아웅은 "(이런 행동을 하고)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며 망명을 신청했다.

쿠데타 반대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는 피리앤 아웅 선수. (사진=연합뉴스)

우간다 역도선수 줄리어스 세키톨레코는 호텔에 "(우간다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쪽지를 남긴 채 사라졌다. "우간다에서의 생활이 힘들다.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고 망명 의지를 밝혔던 그는 지난달 20일 붙잡혀 본국으로 송환됐다.

벨라루스 육상선수 크리스티나 치마누스카야도 유사 사례다. 코치진을 비판했다가 강제귀국 위기에 처한 그녀는 "벨라루스로 돌아가면 감옥에 갇힐 것"이라며 도쿄 주재 폴란드 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했다.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망명을 희망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에리트레아 육상선수 4명이 단체로 영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아프리카에 위치한 에리트레아는 북한과 함께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로 꼽힌다.

망명희망자가 속출하자 일본 전국난민변호사네트워크(JLNR)는 7월 22일 '올림픽·패럴림픽 관계자의 난민 신청에 관한 설명서'를 정부와 올림픽 조직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세키톨레코의 경우처럼 선수가 망명을 희망하고 있었음에도 강제송환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망명·난민 문제가 국제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일본은 유독 망명·난민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극악의 난민인정률과 엄격한 이민법으로 문을 굳게 걸어잠그고 있다.

'난민쇄국' 일본, 기각률 99.9%

난민인권센터(NANCEN)에 따르면 망명이란 '특정한 이유로 외국에 보호를 요청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난민의 상위 개념이다.

망명신청자들이 해당 국가에 장기적으로 머무르기 위한 대표 방법은 '난민 신청'이다. 난민 신청은 국제법 난민지위협약과 각국 이민당국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

G7 중 가장 낮은 난민 비호 수를 가진 일본. 독일은 120만명을 비호 중이다. (사진=UNHCR)

일본의 난민 상황은 암담하다. UNHCR(유엔난민기구)의 '2020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내 난민 수는 1137명이다. 이는 G7국가 중 가장 적은 숫자로, 한국의 3498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이 올해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의 난민 신청자는 3936명이었다. 이중 난민으로 인정된 인원은 47명으로, 승인율 1%대에 그친다. 100명 중 99명은 기각됐다.

이는 매년 같은 양상으로, 일본의 난민 승인율은 대체로 1% 아래를 맴돈다. 근 10년간 신청자가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1만9629명중 단 20명만 난민 자격을 인정해 0.1%라는 극악한 승인율을 보였다. 미국·유럽 등 다른 선진국에서 신청자의 30~40%를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일본에는 '난민쇄국'이라는 오명이 뒤따른다.

엄격한 해석, '삼진아웃제' 개정안 내기도

일본의 낮은 난민 승인율의 이유는 난민에 대한 엄격한 해석 탓이다. 국제법 '난민지위협약'은 협약 체결국에 요건을 충족한 난민을 인정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국제법과 국내법의 차이다. 난민지위협약은 난민 인정을 위한 판정 절차나 기관 등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난민이 야기할 문제를 고려해, 인정 절차는 각국 국내법에 맡겼다.

일본의 난민인정절차는 매우 엄격하다. 난민지위협약에서 난민지위의 핵심은 '박해받을 공포에 대한 충분한 근거'다. 일본은 이에 '특별히 개인적으로 박해받을 때'라는 해석을 더하고 있다.

2012년 시리아 반정부 시위 참가 뒤 탈출한 난민신청자에 대해 "시리아 정부에 의해 개별적으로 표적이 되지는 않았다"며 기각한 판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초에는 '삼진아웃제' 난민인정법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돼 논란이 일었다.

최대 3번까지만 난민 신청이 가능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본국으로 강제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고 결국 5월 19일 법안이 폐기됐다.

논란이 된 만화(왼쪽, 사진=연합뉴스)와 원본(오른쪽, 사진=세이브더칠드런)

난민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7년 여론조사기관 갤럽 설문조사에서 일본은 아시아 17개국 중 난민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대한 인지도가 두드러지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야후재팬의 설문조사에서는 난민 수용에 대한 질문에 단 11%만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내 우익 세력은 난민 수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2015년 극우 성향의 만화가 하스미 도시코는 페이스북에 난민을 비방하는 만화를 올렸다.

국제구호단체가 제공한 한 시리아 소녀의 사진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 만화 속 소녀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예쁘게 꾸미고 싶다. 깨끗하게 살고 싶다. 남의 돈으로'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만화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삭제됐다.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고문 임한택 교수는 "일본은 원래 폐쇄적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라며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답해 난민 수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수한 (forld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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