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으로 루이비통 신상백 샀다"..진퉁이 짝퉁 되는데 리폼 하는 이유 [알쓸소비]

신미진 2021. 8.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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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명품백, 신상백으로 대변신
가죽 오려 붙여 키링 지갑도 덤으로
의뢰 200% 급증..정식 AS는 불가능
[신미진의 알쓸소비-14] 직장인 정 모씨(35)는 최근 루이비통 '스피디35'을 리폼(Reform) 업체에 맡겼다. 20대에 구매한 스피디35는 워낙 흔해 중고가격을 제대로 받기가 어려워서다. 약 한 달 반이 지나자 크고 무거웠던 가방은 자그마한 '네오노에'로 다시 돌아왔다. 남은 가죽으로 받은 키링은 덤이다. 리폼비는 약 40만원. 정가가 146만원인 스피디35의 중고가는 60만원대에 불과하다. 정씨는 "처음에는 리폼비 40만원이 비싸다 싶었지만, 지금은 만족도 200%"라며 "안 쓰는 가방을 장롱에 보관하는 것보다 리폼해서 새 가방으로 쓰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명품 리폼이 유행하고 있다. 샤넬·루이비통·프라다 등 명품 가방을 최근 유행하는 스타일로 재탄생시키는 방식이다.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탓에 제값을 받지 못하느니 차라리 리폼을 하겠다는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이비통 스피디35 리폼 전(위)과 후(아래). 가방을 리폼하고 남은 가죽으로 키링을 제공한다. [사진= 독자 제공]
◆루이비통 '3초백' 가장 많아

리폼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브랜드는 루이비통이다. 주로 폴리염화비닐(PVC) 소재로 만들어져 유연하기 때문에 자르고 붙이기가 쉬워서다. 그중에서도 2000년대 중반 길거리에서 3초마다 보여 일명 '3초백'으로 불리는 스피디백이 가장 많다. 루이비통 네버풀과 프라다 미란다커백, 갤러리아백도 단골 리폼 의뢰 가방이다. 커다란 구찌 쇼퍼백도 세척과 바느질을 거치면 핫 아이템인 버킷백으로 재탄생한다. 리폼을 의뢰하면 새 가방뿐 아니라 남은 가죽으로 카드지갑과 키링 등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리폼을 하면 정식 사후서비스(AS)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김 모씨(38)는 "명품 리폼은 진퉁이 짝퉁이 되는 순간이라고 한다"면서도 "필요 없는 진퉁보다는 쓸모 있는 짝퉁이 낫지 않냐"고 말했다. 명품 리폼업체 A에 따르면 이달 견적 의뢰건수는 전년 동월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A사 관계자는 "루이비통과 구찌, 프라다 3개 브랜드 리폼 의뢰가 가장 많다"며 "10년 전에는 빅팩이 유행했는데, 최신 트렌드에 맞춰 작은 데일리백으로 리폼을 원하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루이비통 스피디35 리폼 과정. [사진= 독자 제공]
◆명품 질주…수선 시장도 활황

명품 시장이 커질수록 리폼 등 수선 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13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성장했다. 이는 전 세계 8위 규모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근처 명품 수선 가게도 리폼 서비스를 시작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명품 수선 시장 규모는 연 3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리폼 상품에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지드래곤이 지인들에게 나눠줄 용도로 70켤레만 제작한 나이키 '피스마이너스원 검노(검정노랑)'는 '에어포스1'을 리폼한 운동화다. 발매가가 20만원대인 에어포스1은 지드래곤의 리폼 프리미엄이 붙어 최대 4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휠라도 신발 리폼 서비스 '마휠라'를 출시하는 등 대기업들의 진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프라다 명품 가방 리폼. [사진 출처=레더몬스터]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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