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하나로 되겠어?"..상장 앞둔 크래프톤 비밀병기 있다

홍성용 2021. 8. 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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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31]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다는 바로 그 게임 '배틀그라운드(배그)'. 배그로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제패한 크래프톤이 드디어 오는 10일 주식시장에 입성합니다.

이틀 동안 진행된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은 7.79대1이었는데요. 공모 가격이 49만8000원에 달해 개인들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게임 산업에 규제책을 내놓은 점도 청약 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이기도 했죠.

공모주 청약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크래프톤이 쌓아온 저력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크래프톤 공모 가격 기준으로 보면 시가총액은 24조원에 달하는데요. 상장 즉시 현재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17조~18조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죠. 물론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배그 하나로 뭐가 되겠어?"라고 크래프톤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날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크래프톤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한번 주욱 짚어보려고 합니다.

美·中 동시에 1위를 차지한 유일한 게임…'배틀그라운드'

2017년 크래프톤이 출시한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
크래프톤은 2017년, 1인칭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출시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섬에 고립된 100명의 플레이어가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서바이벌을 벌이는 생존 게임입니다. 배그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겠지만, 딱 한 번 해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슈팅 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게임 시장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유일한 게임인데요. 출시와 동시에 단숨에 글로벌 게임사 반열에 올랐죠. 현재까지 무려 7500만장(지난 3월 기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배그를 출시할 무렵을 "처음 제작할 때만 해도 40만장(손익분기점)이 목표였다"고 소회하기도 했습니다. 목표와 비교해 187배가 넘는 판매가 이뤄진 것입니다.

2007년 3월에 설립된 크래프톤은 사실 엔씨소프트(NC)의 리니지 시리즈 핵심 개발자들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NC에는 '리니지3'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기획한 팀이 있었는데요. 팀의 인원 중 90%가 사표를 낸 뒤 '블루홀 스튜디오'를 차립니다. 이 회사가 바로 '블루홀(Bluehole Inc.)'로 사명을 바꿨다가 2018년에 이름을 '크래프톤'으로 바꿉니다.

배그을 내놓기 직전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하죠. '테라'라는 게임으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었지만, 배그를 출시하기 직전에는 임직원 월급이 딱 2개월 치만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배그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것입니다.

게임 산업의 본질이 '흥행산업'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죠. 게임업은 100억원을 가지고, 10개 프로젝트에 각각 10억원씩 넣어서 9개를 망하더라도 딱 1개만 성공시키면 됩니다. 그럼 110억원을 버는 것이 아니라 1000억원을 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하나만 터지면' 상단이 열려 있는 사업이 바로 게임 산업입니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 3N 자리 넘보는 크래프톤

자료=매경DB
크래프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메이저 게임 회사들의 매출이 높아졌던 지난해 1조6704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773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대비 매출은 53.6%, 영업이익은 115.4% 증가한 수치였죠. 배그 모바일 성과를 기반으로 2020년 1분기에만 무려 3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게임으로 눈을 돌렸던 한 해였죠. '카트라이더러쉬플러스'의 넥슨도 지난해 매출 3조1306억원, 영업이익은 1조190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게임 회사 최초의 3조원 매출 돌파였죠.

크래프톤은 지난해 매출액 1조6704억원 중 해외시장 매출은 약 94%를 차지합니다. 이 중 85%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된 형태고요.

올해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크래프톤이 얼마나 건실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회사거든요. 먼저 3N이라는 대표 게임사를 살펴보면 △넥슨 매출 9277억원, 영업이익 4551억원 △넷마블 매출 5704억원, 영업이익 542억원 △엔씨소프트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입니다. 넥슨이 거의 49%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보이는 데 비해 다른 두 곳은 9~11% 수준이죠.

그런데 크래프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거의 넥슨에 맞먹습니다.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으로 49%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습니다. 배그 모바일의 글로벌 누적 가입자 10억명 돌파 등이 반영된 결과죠.

배그 '원 히트 원더' 꼬리표…글로벌 콘텐츠 회사로 극복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사진=한주형 기자
게임 회사들의 성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게임을 내놔야 가능합니다. 기존에 게임을 잘 관리하고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새로운 신작으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야 하죠.

크래프톤은 '원 히트 원더'라는 꼬리표가 있습니다. 배그 말고 대박을 만들어낸 게임이 없다는 것이죠. 물론 크래프톤도 출시를 목표로 한 신작들이 있습니다.

배그 세계관을 기본으로 하는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있고요. 서바이벌 호러 등 장르도 준비 중이죠. 배그 IP(스토리) 기반이 캐주얼 스포츠, 액션 RPG, 추리 등 다양한 장르 게임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습니다. 13개의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꿈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도약입니다. 크래프톤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과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을 비교 대상 기업으로 증권신고서에 써두기도 했거든요. 고평가 논란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속내가 그렇습니다. "우린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날거야"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죠.

잘 만들어둔 IP 하나가 수조 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모습은 익히 많죠. 1997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출시했던 포켓몬스터 IP 하나가 벌어들인 돈이 100조원이 넘습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이라는 IP로 하이브가 매출 8000억원을 만들어낸 것도 주요 예시고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IPO를 앞두고 한 기자간담회에서 배그의 IP를 활용해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는 동서양의 모든 국가에서 성공을 거둔 유일무이한 게임"이라며 "배틀그라운드가 가진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영화, 숏폼 콘텐츠,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조만간 3편의 웹툰을 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지난 6월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인 '펍지'를 주제로 한 첫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배그 IP로 영화를 만든 거예요.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도 이와 관련해 발언을 했습니다. "크래프톤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잘 만드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게임사가 지속적으로 미디어를 확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래프톤은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의 70%는 글로벌 인수·합병(M&A)을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30%는 게임 신흥국 투자와 딥러닝 기술 투자에 사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죠. 글로벌 미디어 회사로서 발돋움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띵스플로우' '비트윈' 인수에서 M&A 비전 엿보인다

AI채팅 플랫폼 `헬로우봇`을 서비스하는 띵스플로우.
크래프톤의 M&A 미래는 앞선 두 번의 비게임 사업 투자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본업 외 다른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매출을 다각화하려는 시도입니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에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했습니다. 띵스플로우는 캐릭터 IP 기반 채팅형 콘텐츠 플랫폼 '헬로우봇' 서비스를 선보인 회사인데요. 인터랙티브 포맷은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진행되는 반응형 포맷이죠. 매 순간 이용자가 상황을 선택하고, 내용이 달라집니다. 1990년대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개그맨 이휘재 씨의 '인생극장'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헬로우봇은 AI 채팅 플랫폼이에요. '라마' '판다' '고양이' 등의 동물 캐릭터에 AI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들에게 대화 기능을 제공하죠. 이용자들이 '심리 진단' '연애 상담' 등 대화 주제를 골라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고요. 챗봇의 캐릭터와 '핑퐁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어요. 크래프톤이 나중에 이 기술을 게임 캐릭터에 넣을 수 있겠죠.

크래프톤은 VCNC의 세계 최초 커플 메신저 서비스 '비트윈' 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죠. 비트윈은 박재욱 현 쏘카 대표가 2011년 개발한 커플 메신저예요.

"크래프톤이 왜 대체 커플 메신저 사업을?"이라는 질문이 절로 드는데요. 딥러닝 연구개발(R&D)에 비트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진이나 메시지 등 비트윈 이용자들이 10년 넘게 주고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죠.

이미 크래프톤의 인공지능 연구팀은 음성·텍스트·이미지 분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AI NPC(Non-Player Character), 가상 인플루언서 등을 개발하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크래프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상장 이후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단기 주가의 향방으로 회사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매주 토요일 연재되는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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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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