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되고 TSMC는 안된다?..美의 반도체 속내 [박신영의 일렉트로맨]

박신영 2021. 8. 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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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TSMC 중국 내 공장 증설에 불편한 기색
TSMC가 중국 팹리스 성장 도울 것으로 보기 때문
삼성전자 중국 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증설에 대해선 언급 없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 올라오면
삼성전자 중국 생산에 대해서도 압박할 수도


"삼성전자는 되고, TSMC는 안된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미국이 압박을 넣고 있을 수도 있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는 미국의 일관되지 않은 대외 반도체 정책을 갖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미국이 대만 반도체업체 TSMC의 중국 내 공장 증설에 대해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 증설에 대해선 어떤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미국과 TSMC는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미국이 삼성전자보다 TSMC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TSMC는 난징에, 삼성전자는 시안에 공장 증설

지난달 대만 디지타임스와 중국 내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TSMC의 중국 난징의 12인치 웨이퍼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려는 계획에 대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도울까 우려된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도체 업계는 다시 한번 미국의 중국견제 의지를 확인했다. TSMC의 난징 공장은 최첨단 미세공정 생산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형 공정의 반도체도 허락할 수 없을 만큼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방증이다. 실제 TSMC는 난징 공장에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 라인을 추가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8㎚ 반도체는 상대적으로 구형 반도체다. 이미 TSMC와 삼성전자는 3㎚ 반도체 양산을 준비 중이다.

미국은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공장 증설과 관련해선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시안 반도체 2공장 증설에 230억위안(약 4조9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집계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글로벌 수요를 대응하는 취지에서  2017년 시안 반도체 2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미국, 중국 팹리스 업체 성장 견제

전문가들은 TSMC가 중국의 팹리스 업체 성장 속도에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대목도 이부분이라는 분석이다. 팹리스(Fabless)는 제조 설비를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과 리스(less)를 합성한 말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와 개발만을 수행하는 회사를 뜻한다. 엔비디아와 퀄컴, ARM 등이 대표적인 팹리스다.

원래 미국과 대만이 팹리스 시장에서 전통 강자였지만 최근 중국 팹리스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발간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팹리스 기술력에 주목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반도체 시장의 16%라는 점유율을 보이며 미국과 대만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협회는 특히 AI(인공지능) 칩 설계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을 견제하지 않고 방치하면 미국 반도체 산업 기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중국 내 수많은 팹리스들이 TSMC의 난징 공장에 제품 생산을 의뢰할 것"이라며 "TSMC의 파운드리 증설은 중국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중국 대륙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라는 퍼즐에서 마지막 남은 빈칸을 TSMC가 채우게 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도 안심해선 안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장을 현장점검하고 있다. /한경 DB.


반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공장에 대해 미국이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것은 낸드플래시 기술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미국의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론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초고속 5G용 176단 범용 낸드플래시 UFS 3.1 모바일 솔루션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에 업계 최소 셀 크기의 7세대 176단 V낸드 기술이 적용된 소비자용 SSD를 출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말부터 176단 낸드 양산에 들어간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는 어느 기업에 어떻게 쓰일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며 "미국 입장에선 해당 반도체가 군사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적다고 보는 것도 견제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안심해선 안된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미국과 비슷해지는 순간 미국은 TSMC에 한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에 압박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최근 128단 3D 낸드플래시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중국과 한국의 격차가 기존 3~4년에서 1~2년으로 좁혀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를 더 벌이지 않으면 시장경쟁에 뒤쳐질 뿐 아니라 TSMC처럼 미국과의 외교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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