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위스키가 3년 이상 숙성인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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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한민국 고도 성장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위스키가 있다.
덕분에 스카치위스키는 오랜 세월의 맛을 가진 럭셔리 주류로 군림하며 12년, 18년, 30년, 최근에는 60년 숙성까지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카치위스키는 3년 이상 숙성을 기준으로 잡았을까?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유럽 전장을 찾은 수많은 미군이 3년 이상 숙성한 고급 스카치위스키를 맛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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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스키들에 붙는 수식어가 있었다. 바로 정통 스카치위스키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정통이 아닌 위스키는 뭐였을까? 그것은 바로 ‘유사 위스키’, 또는 ‘대중 양주’라고 불린 술로, 소주에 위스키 원액을 일부 넣은 제품들이었다. 백화양조의 ‘베리나인 골드’, 롯데의 ‘조우커’, 진로의 ‘길벗’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통 스카치위스키가 들어왔다고 하니 소비자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런 정통 스카치위스키에도 기준이 있었다는 것.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위스키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현지에서 3년 이상 숙성해야만 해당 기준에 부합될 수 있었다. 덕분에 스카치위스키는 오랜 세월의 맛을 가진 럭셔리 주류로 군림하며 12년, 18년, 30년, 최근에는 60년 숙성까지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숙성연도의 표기는 위스키 표식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스카치위스키는 3년 이상 숙성을 기준으로 잡았을까?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바로 술을 싫어했던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라는 총리(당시 재무대신) 때문이라는 것. 그는 영국의 복지국가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는 인물이지만, 술만큼은 끔찍하게 싫어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독일 잠수함보다 위스키가 더 국민에게 해를 끼친다며 모든 위스키는 제조 후 3년간은 팔지 말라는 법률을 제정했다. 한마디로 3년간은 묵혀두라는 것. 그의 명분은 간단했다. 술을 못 마시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반위스키법은 오히려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돕고 만다. 3년 동안 오크통 속에 묵혀 있으면서 모든 스카치위스키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가 되어버린 것이다. 숙성을 통해 수분과 알코올이 회합하며 맛이 부드러워졌다. 알코올이 증발해 본연의 맛이 응축, 진하고 부드러운 숙성 위스키가 탄생하게 됐다.
결국 스카치위스키는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덕(?)에 최고급 증류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는다. 전 세계 200여 국에 수출, 약 6조원의 수출 규모를 가진 영국 최고의 문화 상품이 됐다.
이쯤 되면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았느냐는 삼류 음모론(?)도 생각해 본다. 재무부 장관 출신이었던 만큼 숫자에 밝았고 통찰력이 어마어마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까지도 승리로 이끈 인물이기 때문이다. 즉 위스키의 미래를 보고 스스로 엑스맨을 자청했다는 것. 상상만으로도 술의 세계관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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