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밝혀낸 '언론이 만들어낸 이재용 사면론' 전말은

정민경 기자 입력 2021. 8. 7. 18:01 수정 2021. 8. 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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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 시사직격, 이재용 사면 여론 만든 언론 분석…①이재용은 피해자→②삼성망해→③근거없이 백신 역할→④상속세납부를 미담으로→⑤황당자료로 사면찬성여론 60% 둔갑 왜? "삼성이 광고로 언론 압박 여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오는 9일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에 연루돼 2017년부터 올해까지 네 차례의 재판 이후 지난 1월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최근 그의 사면을 원한다는 여론이 60~70%에 달한다는 기사들이 나오면서 이재용 사면론이 힘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6일 방송한 KBS 시사직격 '죄와벌: 이재용 풀려나는가' 편은 '이재용 사면론'을 크게 키운 것은 대다수의 언론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많은 언론은 어떻게 '이재용 사면론'을 띄웠을까.

우선 '시사직격'은 왜 이재용 부회장이 감옥에 있는지 정리했다. 2014년 고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탓에, 삼성 승계문제가 생겼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한 지분은 부족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식을 손에 넣고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이 불리했기에 주주들은 반대하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이 이를 동의해줘야 합병이 가능했기에, 삼성은 박근혜 정권에 뇌물을 전달했고 국민연금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8월6일 KBS 시사직격 '죄와벌 이재용 사면되는가' 편 캡처.

이날 시사직격에서 김종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국민연금공단이라는 곳은 국민이 평생 자기 노후 자금을 맡긴 곳인데,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 이익을 위해 동원됐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첫째, 삼성이 뇌물을 준 범죄자가 아니라 피해자로 만들었다.

시사직격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당시 언론보도를 인용한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이뤄진 지난 1월19일부터 21일까지 8개의 신문사 보도 중 관련 기사가 115건 나왔는데, 재판 자체에 대해 비판하는 언론보도가 많았다. 조선일보 1월19일 “삼성 측 '구속은 피할 줄 알았는데'”기사에는 “대통령 요구에 응할 수 밖에 없는 기업인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재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당시 확정판결을 통해 이 부회장의 유죄가 밝혀졌음에도 일부 언론은 “오히려 이재용 부회장이 피해자다”라고 주장하는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이를 두고 미디어오늘은 일부 언론이 당시 검증 안된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 60%가 선처를 바란다”고 쓰거나 “국가 경제 중추, 기회 달라”고 탄원하는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관련 기사: 파기환송심 D-1, 한국 언론은 이재용이 너무 애처롭다]

▲8월

두 번째, 일부 언론은 마치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전자가 망할 것처럼 보도한다.
혹은 삼성전자 주가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월18일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당시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했으나 구속 다음날 다시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됐다. 단기적으로 부회장의 구속이나 사면이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순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이미 삼성전자가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기 때문에, 부회장 개인 때문에 큰 주가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사직격에 출연한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삼성전자 주가변동의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사이클”이라며 “주가 변동의 요인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아니라 그에 대한 범죄 논란 때문”이라고 짚었다.

▲두 번째, 일부 언론은 마치 이재용 부회장이 없으면 삼성전자가 망할 것처럼 보도한다. 혹은 삼성전자 주가를 위해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경제개혁리포트에서 “분석결과 총수에 대한 법원의 유죄선고는 계열사의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실형선고는 기업가치에 특별한 영향이 없으며 오히려 집행유예선고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썼다.

삼성전자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총수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혹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경영에 빠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창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처벌하면 기업이 망할거니까 자꾸 처벌하지 말라고 공포를 주려 하고 외국은 오히려 강하게 처벌해서 다시는 못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셋째, 일부 언론은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큰 손실이 있는 것처럼 쓴다.

한국경제는 1월19일 “이재용, 백신 확보하려 출국 준비했었다”라는 기사를 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출국을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취재원은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다.

[관련기사: '이재용 백신 확보 출국 준비' 보도 기자 “팩트만 전달한 기사”]

시사직격팀은 질병관리청 관계자에게 이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는데 “질병관리청과 논의한 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지난 4월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해 “보도는 들어봤는데 협상하는 과정에서는 제가 아는바가 없다”고 말했다.

넷째, 이건희 유산 '기부' 보도를 통해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떠난 후 상속세 12조원을 내고, 미술품을 기부한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상속세를 낸 것을 가지고 사회 환원을 했다고 보도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상속세는 당연히 내야하는 것이고, 기부금 1조원과 미술품도 있는데 사실 이것은 2008년 삼성 특검 당시에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사회 환원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07년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비자금 폭로 기자회견에서 삼성 일가가 “2002년에서 2003년 사이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 이 기간 미술품 구입대금으로 해외 송금된 액수는 600억원 대”라 폭로한 바 있다.

거액 기부와 관련해 한겨레는 “거액 기부 뒤엔 비자금 흑역사, 이건희 사후에야 일부 환원”(4월29일) 기사를 통해 이러한 맥락을 짚었지만, 그 외 언론들에서는 이런 보도를 찾기 쉽지 않았다.

[관련기사: '불법 부 증식' 외면한 언론의 이건희 찬가]

다섯째, 황당한 자료를 인용하며 국민 60%가 이재용의 선처를 바라는 여론을 키웠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국민이 60~70% 찬성한다는 기사를 본 적 있을 것이다. 가장 처음에 이 조사를 만든 곳은 한 빅데이터 연구소인데 선처 의견 연관어로 '심의위원회', '경영', '한국', '국민'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조사 결과 문서에는 이들 연관어의 원문 글을 일일이 확인했다고 나와있지만, 원문 수십만건을 어떻게 일일이 확인했는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처음 이재용 사면 여론이 높다고 만들어진 조사가 엉터리라는 것이 시사직격팀의 분석이다. 그 외에도 “종교계도 이재용 사면을 원한다”는 식의 조사들도 실제로는 종교계의 매우 소수 의견만 취합된 형태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국민의 몇퍼센트가 찬성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은 '나도 찬성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를 다시 조사하고, 또 조사하면서 국민들이 이렇게 여론조성이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왜 언론은 여전히 이렇게 기사를 쓸까. 시사직격팀은 여전히, 삼성이 언론사에 삼성 비판 기사를 내리지않으면 광고료를 낮추겠다고 전화한다는 사례를 찾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이 쓴 삼성 비판 보도가 광고비 때문에 삭제됐다는 기자를 인터뷰했다.

삼성과 언론의 관계는 장충기 문자 사건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또한 여전히 장충기 문자에 연루된 언론인이 이재용 사면을 주장하는 기사를 쓰고 있기도 하다.

[관련기사: '삼성 장충기 문자' 언론인이 이재용 사면을 주장한다면]

이렇게 일부 언론은 '이재용 구속'이라는 외침을 '이재용 사면'으로 바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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