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찍 창업해서 탈락..자영업자 울리는 재난지원금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강진규 2021. 8. 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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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영업했는데 '한달 매출'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큰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10조원이 넘는 돈을 풀고 있지만 사각지대로 인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불합리한 기준을 적용해 지원금을 주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하루 영업했는데 '한달 매출' → 지원금 탈락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 지난 2019년 6월 창업을 했다. 30일 사업자등록을 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A씨는 연말까지 2400만원을 벌었다. 월 400만원 정도로, 그럭저럭 먹고 살만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상반기엔 3000만원을 벌었지만 하반기엔 180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매출이 크게 줄어 정부의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부지급 처리였다. 하반기끼리 비교하면 약 2400만원에서 1800만원으로 줄어 지원금 대상이 돼야하지만 2019년 6월30일 창업한 것이 문제였다고 A씨는 설명하고 있다. 6월30일 하루 때문에 상반기 매출까지 고려해야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2019년에는 6~12월 7개월간 월평균 342만원을 번 것으로 계산됐다. 지난해 월매출 400만원보다 적다. 다시 말하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오히려 늘어난 사업자로 분류된 것이다. 

B씨는 2019년 10월에 사업자 등록을 했지만 인테리어가 완료되지 않아 12월만 영업을 했다.  한달간 매출은 400만원이었다. 코로나19가 덮친 작년 매출엔 3600만원을 벌었다. 월 평균으로 따지면 300만원이다. 매출이 4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줄었지만 사업자 등록일을 기준으로 2019년 10~12월간 월평균 133만원을 번 것으로 계산됐다. 133만원이던 매출이 300만원으로 높아졌으니 지원금은 '부지급' 처리됐다.

간이과세자와 면세사업자의 경우엔 아예 반기 매출이 계산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부지급 처리된 사례가 대거 발생했다.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버팀목 플러스(4차 재난지원금) 반기 매출 비교 제외 사업자 비상대책위'는 지난 2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 제한을 당했지만 4차 재난지원금 부지급 판정을 받은 소상공인이 6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일반 과세자는 부가세표준증명원이 반기별로 나오지만, 영세한 간이·면세 사업자들은 반기별 증명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사를 제대로 못 한 사업자, 수수료 높은 배달 앱을 써 가며 매출을 높여보려고 한 사업자, 영세한 간이·면세 사업자 등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노력한 소상공인이 죄인이란 말이냐"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들은 카드매출 등을 확인해 비교하면 하루만 영업했는데 한달 매출로 잡히거나,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달까지 포함한 평균매출 계산, 간이사업자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카드 매출액 등을 고려하는 방안을 국세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금 최대 3150만원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은 4차 지원금까지 최대 1150만원에 이른다. 작년 6월 프리랜서와 함께 지급한 1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150만원을 시작으로 새희망자금 200만원, 버팀목자금 300만원, 버팀목플러스자금 500만원 등이 지급됐다.

이번 2차 추경에서는 희망회복자금의 최대 금액을 2000만원까지 높였다. 최대 315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이같은 총액 기준의 규모만 강조하지 말고 실 지급에 신경써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대 500만원을 주는 버팀목플러스 자금은 앞서 살펴본 부지급 사례가 대거 발생하면서 책정 예산 6조7000억원의 약 30%인 2조원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이는 2차 추경 사업인 희망회복자금의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앞선 두차례의 소상공인 지원금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차 소상공인 지원금 예산 3조3000억원 중 2조8000억원만 실제 지급됐다. 이는 2차 지원금 예산으로 활용됐다. 예정처는 지원 규모 적정성, 수혜 대상 인원 등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 없이 ‘막무가내’로 예산을 짜다 보니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지원 금액 규모를 크게 발표한 뒤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 지원금 부지급 결정을 해 재정을 아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줄 것처럼 발표해놓고 제대로 지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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