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립외교원장 황당 주장 "한미연합훈련, 北에 내용 알리자"

김은중 기자 2021. 8. 7. 14: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국립외교원장에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을 내정했다. /청와대·연합뉴스

국립외교원장에 내정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5일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53분의 1”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홍 내정자는 또 “연합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립외교원은 외교분야 국책 싱크탱크로 외교관 후보자 선발과 양성을 담당한다. 수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 내정자는 5일 라디오에서 “북한의 경제력이 남한의 53분의 1로 축소됐고, 군사비도 우리가 10배 이상 쓴 지 10년이 지났다”며 “연합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우리가 재래식 군사력만으로도 압도적 대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만큼, 굳이 연합훈련을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홍 내정자는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 관련 “남북 통신선을 연결하던 때에 이니셔티브를 잡았어야 한다” “미국 측에 ‘미안하지만 한반도 평화의 봄을 다시 맞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 연기합시다’라고 선제적으로 (제안)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김 부부장 담화 이후 연합훈련 보류 또는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자주포와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번 달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비판하면서, 최근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으로 남북 대화 국면을 조성하려던 정부가 훈련 진행 여부에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는 훈련 시기와 규모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양국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홍 내정자는 연합훈련의 구체적인 내용을 북한에 알려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북한의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간파되면 선제 공격하는 내용이 (훈련에) 들어가 있다” “수백 곳을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어쨌든 공격을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참수훈련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며 “연합훈련을 하더라도 이런 훈련은 이번에 안 한다는 걸 간접적으로 밝혀야 한다” “김여정이 이야기했으니 성의 표시를 하면 남북관계가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홍 내정자는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학자 출신이다. 경기연구원과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에 이름을 올리며 이 지사의 국제 관계 조언 역할을 맡아왔다. 2019년 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던 이 지사가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홍 원장이 세종연구소에서 동북아 국제정치와 한반도 안보 전략을 연구해온 외교 전문가”라고 발탁 이유를 밝혔지만, 야당은 “친이재명계 인사를 차관급에 앉힌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외무고시를 통과한 직업 외교관 출신, 이른바 커리어 디플로맷(career diplomat)들 사이에선 국립외교원장 자리가 ‘코드 인사’로 점철됐다는 비판이 나온지 오래다. 전임 김준형 원장도 한동대 교수 출신으로, 2012년과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 원장은 올해 3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교착상황이 발생하면 북한 붕괴론이 좀비처럼 우리를 괴롭히게 된다” “북한 정권 붕괴를 믿는 것은 기독교 이단(heretic people)이 예수 재림을 믿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한편 홍 내정자는 지난 2008년 서울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고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사건 관련 “이 문제를 국제 무대로 가져가면 북한의 대화 복귀 길을 차단할 수 있다” “민족문제를 외세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것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언정 중장기적으로는 외세의 한반도 문제 관여를 자초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이영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살해되어도 민족문제, 외세 운운하며 외교부는 가만히 있으라는 사람이니 암울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