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두목 빈라덴, 자녀에 남긴 유언장엔 "알카에다 합류 말라"

이철민 선임기자 2021. 8. 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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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에서 천연 최음제 쓰며 세 아내 만족 시킨 듯
NYT, 아내를 '인간방패' 삼은 빈라덴을 '헌신적 패밀리맨'으로 묘사해 여론 뭇매 맞아

전세계를 테러로 몰았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 ‘알 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라덴은 생전에 아이들에게 “알 카에다에 합류하지 말라”는 유언장을 남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보도했다. NYT는 9‧11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미 언론인 피터 버겐이 쓴 책인 ‘오사마 빈라덴의 성쇠(The Rise and Fall of Usama bin Laden)’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버겐은 30여년간 빈라덴을 추적한 언론인으로, 2011년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파키스탄의 은신처를 급습해 빈라덴을 사살하면서 획득한 4만700여 건의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5명의 아내에게서 24명의 자녀 둬

버겐의 책에 따르면, 빈라덴은 2001년 미군 공습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의 은신처였던 토라 보라를 떠나면서 쓴 유언장에서 아내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준 것에 감사하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은 알 카에다와 일하지 말라”고 썼다. 하지만, 빈라덴의 아들 중 한 명인 함자(Hamza)는 알 카에다에서 주요 활동을 했고, 결국 2019년 7월 미군에 살해됐다. 9월 트럼프 행정부는 뒤늦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대테러 작전에서 함자를 죽였다”고 발표했다.

2017~2019년 중에, 미군의 대테러작전에서 살해된 빈라덴의 아들 함자. 당시 그는 알카에다의 주요 인물로 떠오르고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9월 뒤늦게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

빈라덴은 모두 5명의 아내를 뒀다. 그러나 한 명은 이혼했고, 또 한 명은 일찍 그를 떠났다. 네이비실이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함께 있었던 빈라덴 아내 3명의 나이는 28~62세였고, 아이들은 3세부터 35세까지 있었다. 빈라덴은 이곳에서 아이와 손자 12명과 함께 살았다.

◇”천연 최음제 쓰며, 세 아내 만족시켜”

예멘의 부호였던 빈라덴의 아버지는 10대 초반이던 빈라덴을, 여느 부잣집 아이처럼 옥스퍼드대 서머스쿨로 보냈다. 빈라덴은 거기서 스페인 여학생 2명과 사귀었지만, 영국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느꼈다. 16세에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심취했고, 이듬해 15세짜리 사촌과 첫결혼을 했다.

빈라덴의 여성관(女性觀)은 모순투성이였다. 딸이 세 살만 넘으면 남자와 한 방에 있지도 못하게 했지만, 두 아내는 코란 문법과 아동심리학에서 박사 학위 소지자였다. 두 아내는 빈라덴의 성명서 작성과 전략 수립을 함께 논의했다. 그런가 하면, 2000년 결혼한 다섯 번째 아내는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16세였는데, 다른 아내들에게는 “고학력의 30세”라고 속였다. 빈라덴이 이 여성과 결혼한 이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쫓겨날 경우, 예멘 정부로부터 은신처를 제공받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버겐은 “빈라덴이 천연 최음제를 써서, 세 아내를 만족시켰다”고 했다. 빈라덴은 아들들에겐 냉장고나 에어콘도 없이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도록 강하게 교육시켰다. 결국 장남은 빈라덴을 떠났고,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다시 보지 못했다.

◇NYT, 서평 제목에 “헌신적 패밀리맨”이라고 썼다가 뭇매 맞아

한편, NYT는 서평 기사의 제목을 애초에 “광적인 테러범이자, 가정에는 헌신적이었던 남자(a devoted family man)”이라고 썼다가, 테러범을 미화하느냐는 거센 비판을 받고, 그렇게 쓸 수 있냐는 미국내 거센 반발을 받고, 이 문구를 뺐다.

2011년 빈 라덴을 직접 사살했던 네이비실 요원 로버트 오닐은 트위터에서 “패밀리 맨이라니. 자기 아내를 인간 방패로 썼다. 빈라덴이 아내보다 키가 커서, 나한테는 (맞추기) 좋았지”라고 비꼬았다. 육군 출신의 웨슬리 헌트는 “‘기록의 신문’이라는 뉴욕타임스가 뉴욕시민 수천 명을 죽인 괴물을 ‘헌신적인 패밀리 맨’이라고 하다니…그토록 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언론에 환멸을 느낄만도 하다”고 트윗했다. 미디어 리서치 센터의 케빈 토버는 “NYT는 대규모 살인을 자행한 테러범보다 미국에 더 비판적”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도 지난 2019년 10월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 육군의 델타포스의 공격을 받고 자폭(自爆)하자, 그가 이슬람 신학에 정통한 철학 박사인 점을 들어 “금욕적인(austere) 이슬람 학자”로 묘사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결국 나중에 “IS의 극단적 지도자(extremist leader)”로 표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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