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윤석열의 설화, 화법이 아닌 인식이 문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의 말하기와 관련한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다변가'와 '달변가'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호감 여부를 걷어내면 사실상 동일한 평가다. '말이 많다'는 것이다. 말이 많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별개인데, 윤 전 총장의 말하기를 '촌철살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은 아직 만나보지 못 했다.
'다변가'와 '달변가' 평가 속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말하기
"화법에서 생긴 오해"...인식에는 문제가 없다는 윤 전 총장 측
잇따른 설화, 화법이 아닌 인식의 노출 때문은 아닌가
이야기를 하면서 타인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예시를 드는 건 보통 2가지 상황에서다. 우선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사례로 제시하는 경우다. 말하는 사람이 인용하거나 예를 든 사례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자신의 주장을 선명화하기 위한 비판 사례로 제시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에는 보통 해당 발언이나 사례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논란이 된 이후 윤 전 총장이 '타인 발언 인용'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주 120시간'이나 '페미니즘' 발언은 전후 맥락을 살펴봐도 인용한 발언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이 '타인 발언'에 동의했거나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윤 전 총장의 마음에 꽂힌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많은 이야기 중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논란이 된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여의도 문법'에 익숙지 않은 초보 정치인의 실수가 아닌 인식의 노출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저출산 대책에 대한 질문에 '페미니즘'을 꺼내든 이유는
그런데 저출산 대책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페미니즘이 이성 간의 건전해 교제를 막는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인용한 건 어떤 이유 때문일까. 윤 전 총장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질문 내용이나 답변의 맥락 전체를 살펴봐도 해당 발언을 인용한 이유나 취지가 잘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도·진보' 외연 확장을 노린다면서 '밀턴 프리드먼'을 인용
단순한 추정이 아니다. 윤 전 총장이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2019년 7월, 윤 전 총장의 취임사에 대해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신임 총장은 특히 시카고학파인 밀턴 프리드먼과 오스트리아학파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자유시장경제와 형사 법집행의 문제에 관해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복적인 강조가 프리드먼과 미제스의 영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장 중요한 평가의 잣대가 될 수도 있는 윤석열의 공약
하지만, 최근 정권 교체 여론은 지속적인 하락세, 정권 재창출 여론은 지속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정체 교체 여론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반문' 깃발만으로는 지지를 확장하고 유지하는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시점이 다가 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윤 전 총장은 반문을 넘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큰 정부의 시대를 불렀다. 코로나19로 인한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일자리의 감소 등은 정부 역할의 필요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밀턴 프리드먼에 크게 감화를 받았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런 시대의 변화와 조응할 수 있을까. 어쩌면 윤 전 총장의 앞으로 내놓을 윤 전 총장의 정책(공약), 즉 윤석열의 생각이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의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이 또 다른 설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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