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협박·욕설로 뒤덮인 온라인 '청소년 놀이터'..성범죄 피해도 늘어

박양수 2021. 8.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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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모르는 사람한테서 '반바지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라 계정을 탈퇴시켰어요."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되면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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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사이버 폭력 <연합뉴스>
제페토 <네이버 제공>

욕설·협박·성희롱까지…범죄 사각지대 된 '청소년 놀이터'

메타버스 인기 높아지며 잡음도 커져…플랫폼 대응책은 미비

"딸이 모르는 사람한테서 '반바지 입은 사진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서 깜짝 놀라 계정을 탈퇴시켰어요."

최근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유행하면서 사이버불링(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동 또는 그러한 현상)이나 성희롱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인 대응이 쉽지 않아 자칫 청소년들이 범죄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495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9.7%가 성희롱, 욕설, 협박 등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발생 공간은 '온라인 게임'(50.5%)이 가장 많았고, 가해 대상은 '누군지 모르는 사람'(45.8%)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에 사는 L모(45)씨는 최근 초등학교 딸 아이의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안에서 한 무리의 아바타가 채팅을 통해 아이에게 욕설과 협박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들은 아이 프로필에 적힌 이름을 부르며, 금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L씨는 "아이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경찰에 신고하긴 했는데 현행법으로 조치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워킹맘이라 이런 상황을 항상 옆에서 지켜볼 수도 없는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과 제페토에서 캐릭터 꾸미기를 즐겨 했다는 김모(11)양도 "다른 아바타에게 실수로 반말을 했다가 한참 동안 욕설을 들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며 "그 뒤로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상황인 데도 플랫폼 차원의 대응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뒀다. 하지만 이용약관에는 '불쾌하고 선정적이며 모욕적인 자료에 노출될 수 있고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한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됐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한 로블록스 역시 '모욕적·선정적·불법적인 콘텐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을 이용약관에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이용자들이 많은 메타버스가 자칫 범죄의 배양소가 될 수 있다며,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되면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메타버스의 여러 가능성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도록 제도적·윤리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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