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관리, 공교육으로 접근할 때"

김미향 2021. 8. 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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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많이 벌어라' 대신 합리적 관리
"초중고에서 금융 능력 가르쳐야"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 모습. 교실에서 아이들은 주가, 환율 등의 현황을 기록하고 투자상품을 사고판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한겨레S]시민교육으로서의 돈

교육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경제·금융 교육이란 ‘많이 벌어라’, ‘부자가 되어라’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살면서 꼭 필요한 돈을 스스로 관리·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 돈에 관한 합리적 사고를 할 줄 알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초중고 교사 금융교육 역량 지원 연수’ 전문가단의 김종호 서울교대 명예교수(전 금융교육학회장)는 돈을 정당하게 벌고, 미래를 위해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은 돈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사 연수자료에 의도적으로 ‘돈’이란 말을 많이 썼다. 교과서엔 주로 ‘화폐’, ‘금전’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굳이 ‘돈’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을 이유가 있냐”며 “그간 학교 교육이 유교의 영향을 받아 윤리·예절 같은 것을 핵심으로 하고 돈은 ‘사농공상’이라고 하면서 경시했다. 하지만 옛날식 교육이 지금까지 이어질 필요는 없다. 돈이란 걸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제정된 경제교육지원법을 보면, ‘국가는 학교 안팎에서 경제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4조)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0년 처음 만든 ‘초·중·고 금융교육 표준안’을 개정했다. 10년 사이 달라진 시대 흐름에 따라 표준안을 손질한 것이다. ‘2020 개정 금융교육 표준안’이 제시하는 합리적 금융생활을 보면, 초등학교 때는 상품 거래에 돈이 필요함을 알고, 돈을 사용할 때 우선순위를 고려할 줄 알며, 예·적금 계좌를 만들어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했다. 투자·신용·부채·보험 등의 개념을 배우고 투자의 필요성과 위험 관리 전략, 은퇴 설계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포함된다. 중학교 과정에서는 자산 관리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금융 의사결정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익히게 했다. 고등학생에게는 다양한 투자 정보 중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구별하도록 하고, 투자 의사결정에 거시 경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층 수준 높은 금융생활을 알도록 구성했다.

이 표준안은 상당한 금융지식과 투자 판단 능력을 초중고교 때 학교에서 갖추도록 제시하고 있지만, 자유학기제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서 활용될 뿐 정규 교과에서의 활용은 미미하다. 초등·중학교에선 사회과나 기술·가정(초등 실과)의 일부 단원으로 경제와 금융에 대해 가르칠 뿐이며, 일반고에서는 공통과목 ‘통합사회’ 외에 일반 선택과목 ‘경제’와 진로 선택과목 ‘경제수학’이 있을 뿐이다. 김경모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경상국립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은 “일반고 필수과목으로는 ‘통합사회’의 작은 단원으로 경제 원리를 배우는 것에 그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경제 영역이 교과서 안에서 축소된 나라가 별로 없다. 학교 교육의 공백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본주의가 내실화하는 과정에서 경제와 금융에 대한 교육 수요가 느는 것은 시대적 흐름인데 우리는 공교육이 아닌 일부 개인 미디어를 통해서만 학생들이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서구 국가들은 경제·금융 능력을 학교에서 개발해야 하는 기본 소양으로 보고 교육과정에 의무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각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피사(PISA. 국제 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2012년부터 금융 이해력 문항이 도입됐다. 일본은 ‘금전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경제학 이론이 아닌 실생활에서 필요한 역량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학계에서는 내년에 초중고 학교급별로 경제와 금융 관련 과목들의 재구조화가 결정되기에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지난 6월 열린 한국사회과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는 ‘고교 경제 교육과정의 개정 방향’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2025년 중·고교에 적용되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경제와 금융 관련 개편 연구는 상당 부분 진행되어 있다. 일반고에서 배우는 필수·선택 과목으로 현재 ‘공통사회’와 ‘경제’를 강화해 ‘경제생활’, ‘경제학 기초’, ‘금융경제’까지 세 과목으로 바꾸는 안도 나왔다. 실생활에 연계되고 쉬운 경제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영석 교수(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는 “요즘은 부동산 문제부터 기본소득 정책까지 경제를 모르면 사회 현안을 이해하기 어렵고 한 명의 시민으로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경제·금융 교육을 시민교육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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