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어요" 27년 지킨 산골 유일 어린이집 '폐원 위기'

박영서 2021. 8. 7.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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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 50명 북적이던 춘천 신포어린이집 20년 새 10명으로 급감
보육교사 인건비 감당 어려워.."맞춤형 운영지원 필요" 촉구
폐원 위기에 내몰린 산골 어린이집 [촬영 박영서]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진광찬 인턴기자 = "'어린이집 내년에도 운영합니다. 27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심히 아이들 돌보겠습니다'라는 답을 하고 싶네요…"

강원 춘천시 사북면에 단 하나뿐인 신포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송명희(51) 원장이 땅이 꺼질 듯 큰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드넓은 어린이집 마당에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송 원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사북면에서 유일한 어린이집인 이곳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농촌 지역 인구감소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원아 수 부족 탓에 올해 초 폐원 위기의 문턱까지 내몰렸던 신포어린이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폐원 위기에 내몰린 산골 어린이집 [촬영 박영서]

신포어린이집은 1994년 문을 열고 지촌리·신포리·오탄리·원평리·지암리·원천리 영·유아 성장의 한 축을 맡아 왔다.

도심과 30㎞나 떨어진 이곳은 27년간 부모가 안심하고 농사일을 하고, 농촌에 많은 조손가정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골 어린이집답게 도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도 신포어린이집의 장점이었다.

북한강이 훤히 보이는 마당과 방울토마토와 옥수수 등이 심어진 텃밭, 어린이집 2층의 드넓은 강당에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농촌 자연환경 속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도심 어린이집 대신 신포어린이집을 찾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였다.

폐원 위기에 내몰린 산골 어린이집 [촬영 박영서]

한때는 원아가 50명이 넘었고,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50명에 가까웠던 신포어린이집에 저출생의 어두운 그늘이 드리운 건 2010년부터다.

2009년까지만 해도 32명이었던 원아 수가 2010년 27명으로 떨어지더니 그 이후로 23명, 19명, 17명, 13명으로 감소세가 두드려졌다.

출산율 저하와 농촌 인구 감소, 군부대 관사의 도심 이동으로 영유아들이 급감했다.

결국 올해는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졸업과 이농으로 인해 원아 수가 단 '10명'으로 줄었다.

복지부 '보육 교직원 인건비 지급기준'에 따르면 정부는 농촌 어린이집 기준 원아 수 11명 이상일 때만 원장 인건비의 80%를, 유아반(만 3∼5세)은 원아가 8명 이상이면 보육교사 인건비 30%를 지원하는데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지급기준을 완화하기로 하면서 '폐원 낭떠러지'에서 기사회생했으나 완화된 기준이 언제까지 적용될지 장담할 수 없다.

저출생의 어두운 그늘 드리운 산골 어린이집 [촬영 박영서]

그나마 복지부가 지난달 어린이집 운영 지침을 일부 개정해 농촌 지역 소재 어린이집에 원장 인건비 지원기준을 11명에서 5명으로 완화했지만, 유아반 보육교사 지원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송 원장은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운영은 불가능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개정"이라고 말했다.

원아 정원 충족률 하락으로 보육교사 인건비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교재·교구 구매나 환경개선 등 아이들에게 충분한 혜택이 돌아갈 수 없고, 어린이집 운영난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원장은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춘천시와 시의회에 신포어린이집 지원방안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어린이집 운영을 포기하게 되면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며 "모든 아이가 평등하고 안정적인 보육을 받으며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농어촌 어린이집에 맞는 현실적인 개정이나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생의 어두운 그늘 드리운 산골 어린이집 [촬영 박영서]

사북면과 인접한 화천군 하남면 계성리에서 아이를 보내는 한모(32)씨는 "어렵게 귀촌을 결정했는데 어린이집 존폐를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아이의 등·하원이 가능한 유일한 어린이집인데 폐원될까 조마조마하다"고 걱정했다.

이어 "내년에 둘째까지 출산 예정인데 '다시 도심으로 나가야 하나' 근심이 앞선다"며 "어린이집 유지를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주상 춘천시의원은 "어린이집 운영상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춘천지역 농촌 인구감소로 받아들여야 할 심각한 문제"라며 "농촌인구 증가를 위해 산골유학 확산과 농촌지역 교육·돌봄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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