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디젤차 요소수 탱크 담합과 전동화

2021. 8.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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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담합, 전동화 속도 높여

 요즘 나오는 디젤차에는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 Selective Catalytic Reduction)로 불리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가 장착돼 있다. 그리고 이곳에 요소수가 분사되면 질소산화물이 질소와 물로 환원된다. 그런데 요소수가 저절로 자동차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수시로 채워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요소수를 넣을 때 얼마나 주입해야 할까? 정해진 탱크 규격이 없으니 제조사마다 용량은 정하기 나름이다. 30ℓ 용기를 넣을 수도 있고 10ℓ, 또는 그보다 작은 용기를 적용할 수도 있다. 여럿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때 제조사와 소비자의 일치된 견해와 전혀 다른 관점이 혼재한다. 먼저 공통 견해는 효율 저하에 대한 반대 시각이다. 30ℓ 탱크를 달고 요소수를 가득 채우면 무게 증가로 효율이 저하되는데 이는 곧 연료비용 상승인 만큼 제조사와 소비자 모두 꺼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작은 탱크를 장착하면 소비자가 요소수를 자주 보충해주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그러니 소비자는 효율 저하 없이 잦은 보충의 단점도 피하려 한다.  

 반면 제조사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무게와 보충횟수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물론 제조의 원가 항목도 검토 사항에 넣어야 한다. 원가 부담이 적되 무게를 늘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잦은 보충을 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다.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세 가지 조건 가운데 원가절감과 효율 하락 방지의 두 가지 효과를 위해 작은 용기를 채택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 잦은 보충의 번거로움은 요소수 사용량의 정밀 제어를 통해 소모가 최소화되는 기술적 방법을 동원했다. 

 여기서 논란은 시작됐다. 요소수 분사 최적화라는 기술적 방법이 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결국 당국의 조사를 이끌었고 혹시 제조사가 요소수를 많이 뿌려줘야 할 때 적게 소모하도록 해서 질소산화물 정화 효과를 저하시킨 것은 아닌지 확인한 결과 일부 사실로 밝혔다. 그리고 감독 기관은 이런 행동이 일어난 원인으로 요소수 탱크 용량 크기를 합의로 정한 것이 애초에 잘못된 행위라며 담합 과징금을 부과했다. 최근 유럽연합이 독일 다임러그룹, BMW그룹, 폭스바겐그룹 등에 과징금을 부과한 배경이다. BMW그룹은 4억4,200만달러, 폭스바겐그룹은 5억9,500만달러, 다임러그룹은 8억6,100만달러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이 가운데 다임러그룹은 자진 신고를 이유로 과징금이 면제됐다. 

 그런데 이런 과징금을 부과받은 개별 기업들의 입장이 흥미롭다. 다임러그룹은 비록 요소수 최소 분사량 방식을 선택했지만 자진 신고로 과징금이 면제됐으니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반해 BMW그룹은 용기 크기는 동의했지만 요소수 최소 분사량 로직은 사용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며 오히려 환영했다. 자체 기술력으로 분사량을 정밀 제어, 질소산화물 정화도 잘했으니 오히려 기술은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외 폭스바겐그룹은 용기 크기 과징금 외에 요소수 분사량 최소화 부문도 이미 벌금을 냈던 만큼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눈치다.  

 하지만 공통된 항변도 있다. 용량의 크기 합의가 소비자에게 과연 어떤 불이익을 주었는지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분사량 제어는 개별 기업의 비양심적 행위인 게 맞지만 단순히 합의에 따라 적정 용량을 선택한 것만을 두고 담합으로 판정하는 것은 기술 협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이번 판정을 근거하면 기업 간 엔진이나 플랫폼 공동 개발 등도 앞으로는 담합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중이다. 같은 음식을 판매하는데 접시 크기와 모양이 똑같다고 담합으로 판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개별 기업 간 기술 협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배출가스 관련, 즉 환경 부문에 대해선 그 어떤 담합도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러자 유럽 내 자동차기업들은 결국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전동화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내연기관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조차 경우에 따라 과징금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니 차라리 전동화 속도를 높이는 게 현명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이 엄청나게 전동화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다임러와 BMW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새 차 가운데 절반을 전기차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연간 판매되는 새 차가 무려 1,700만대에 달하는 미국이 2030년 한 해에만 무려 800만대를 전기차로 바꾸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석유로 동력을 얻는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 나라의 전기차 전략은 전환이 아니라 전환의 속도가 경쟁의 핵심이고 속도를 높이는 촉매가 바로 국가 재정이다. 전환 속도의 연료가 바로 보조금이니 말이다.  

 권용주(자동차칼럼니스트,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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