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연 2회 지하벙커' 연합훈련 최상인가

김귀근 2021. 8. 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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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군·美증원군 3주가량 집결, 방어→반격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십 년째 재래식연습 개선해야", "한국군 실정에 부합" 엇갈려
정치 쟁점된 한미연합훈련 (동두천=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한미연합훈련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5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자주포와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2021.8.5 andphotod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8월 중순 계획된 하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2 CCPT)이 한여름 불볕더위만큼이나 핫 이슈가 됐다.

여권을 중심으로 남북대화 재개를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연기론'을 제기하고 있고, 예비역 단체나 군 출신 인사들은 군사훈련이 정치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정상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매년 전·후반기 두 차례 연합훈련을 앞두고 찬반 논란은 있었지만, 올해처럼 범여권 의원 70여 명이 조건부 연기론을 들고나온 사례는 없었다.

한미 군 당국은 오는 10∼13일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 16∼26일 본연습(21-2 CCPT)을 각각 진행하는 일정으로 훈련을 준비 중이다.

위기관리 참모훈련을 위한 한미연합사령부와 합참 등 주요 직위자들의 토론이 진행되고 있고, 전체적인 훈련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다.

증원군 일환으로 훈련에 참여할 미국 주방위군과 주일미군 요원들도 한국행 항공권 티켓을 구매했거나 일부는 도착해 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은 하반기 연합훈련 준비 절차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7일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훈련 시기와 규모,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양국이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

지하 벙커서 3주가량 컴퓨터 시뮬레이션…수십 년째 훈련 방식

연합훈련 역사를 보면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한 포커스렌즈 연습이 시작이었다. 6·25전쟁 당시 36만여 명을 파병한 미국이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되자 철수를 본격화했고, 유엔사는 철수에 따른 안보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고 한미 양국 군의 군사대비태세 확립을 목적으로 1954년부터 연합연습을 시작했다.

이후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연합전시증원(RSOI), 독수리연습(FE)·키리졸브(KR)·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다양한 명칭으로 이어졌다.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 중지 및 유예 방안이 나왔고, 이후 KR·FE·UFG 등 3대 연합훈련 명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미는 한반도 전구(戰區)급 연합훈련을 매년 3월과 8월 두 차례 시행하고 있다. 이들 훈련은 '동맹' 등의 명칭으로 불리다가 지금은 전·후반기 연합지휘소 연습으로 통일했다. 한차례 훈련을 준비하는 데 보통 6개월가량이 소요된다고 한다.

전·후반기 훈련은 한미연합군과 증원군이 지하 벙커에서 3주가량 머물며 방어→반격 등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CPX)으로 진행한다.

많은 병력이 지하 벙커에 모이는데 벙커에는 기능별 섹터가 정해지고 병력은 각 섹터에 모여 훈련을 한다. 수십 년째 이런 훈련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대규모 미군 증원전력을 한반도에 수용하고 전선으로 전개하는 등 재래식 전쟁에 대비한 연합훈련 방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매년 2차례 3주가량 지하 벙커에서 훈련하는 방식이 최상인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유사시 대규모 미군 증원전력 전개가 불확실하고 미군의 군사작전 개념이 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네트워크화된 마당에 재래식 전쟁에 대비한 연합훈련 방식을 수십 년째 고수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것이다.

한미 상륙훈련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방부는 유사시 대한민국 방위를 위해 투입될 미군 증원전력 규모를 병력 69만여 명, 함정 160여 척, 항공기 2천여 대 규모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전력이 위기 상황 전개에 따라 시차별로 전개된다고 한다. 2차례 연합훈련도 이런 대규모 증원전력 전개와 연계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된 이후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방부가 밝힌 대규모 증원전력이 전개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한다.

미·중 간의 첨예한 갈등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 가능성 등으로 미군의 대규모 전력이 한반도에 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의지에 따라 가능하겠지만, 자칫 미·중 간의 예기치 못한 사태가 한반도 인근에서 터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군 장성들도 유사시 대규모 미군 증원전력 전개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아울러 현대전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전의 양상을 예측해보더라도 현행 연합훈련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근 벌어진 전쟁 양상을 보면 대규모 병력과 장비, 물자가 한 곳으로 집결하지 않는다. 해상에 떠 있는 이지스 구축함에서 사거리 2천500㎞에 달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거나, 지상에서 정밀유도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으로 초전을 치른다.

이라크전 당시 이라크 병사들을 공포심에 떨게 한 심리전과 지상 화력보다는 공중 화력을 활용한 공중전이 미군의 승전 요인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걸프전 때는 바그다드 내 특정 목표물을 크루즈 미사일로 타격하는 데 사흘의 기간이 필요했으나, 이라크전에서는 지상 특수요원으로부터 목표물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고서 폭격하는 데 45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 하는 미 항모전단 (남중국해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네트워크 연결하면 어디서든 시뮬레이션 연습 가능

또한 미군의 작전개념이 변하는 것도 주목되는 요인이다.

최근 미군은 모자이크 전장(Mosaic Warfare) 개념을 발전시키고 있다. 서로 꼭 맞는 레고 블록처럼 적을 딱 이길 만큼의 전력 패키지를 만들어 제압한다는 개념이다.

전쟁에서 한 블록 체계가 무너져도 즉시 새로운 블록 체계를 재결성해 장거리 정밀타격을 수행한다는 작전 개념이라고 한다. 인공지능(AI) 탑재 무기체계 등을 이용해 분산되고 유연하게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자이크전 수행 전력들은 실시간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각 전력을 운용하는 기능사령부가 분산되어 있고 이는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되기 때문에 굳이 한 곳의 전쟁지휘부가 필요 없다. 기능사별 참모진들이 정기적으로 네트워크를 이용해 시뮬레이션 연습을 통해 전투력을 끌어 올리면 된다.

서울의 합참과 한미연합사령부,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일본의 주일미군사령부,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네트워크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지리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시뮬레이션 연습을 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연합사 작전센터(Operation Center)도 평택에 구축됐다.

시뮬레이션 연습을 하는데 굳이 한 곳에 대규모로 집결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네트워크화 때문이다.

정보·화력·수송 등 기능별로 훈련 인력을 편성해 연중 여러 차례 괌, 하와이 등으로 이동해 미군과 시뮬레이션 연습을 해보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럴 경우 현행 연 2회 방식과 달리 기능별로 연중 더 많은 연습 및 훈련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연합훈련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한국군과 미군의 평시 및 전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한곳에 모여 손발을 맞춰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3주가량 부대끼다 보면 훈련 후 친밀해지고 '원팀'이란 느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연합훈련은 전쟁지휘부에서 하는 것이 맞다"라면서 "한국군은 연합훈련을 통해 미군의 선진 시스템을 배운다. 지금의 연합훈련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한국군의 실정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군도 훈련을 통해 한국과 한국군 무기체계를 이해하기 때문에 유사시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모자이크전 핵심내용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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