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백서]"너 '어느' 아파트 살아?"..아파트 브랜드가 뭐길래

박승희 기자 2021. 8.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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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열린 '브랜드 시대'..시세 영향에 중요 고려 요인으로
아파트 이름값 따른 가치 상승에 정비사업선 '하이엔드' 바람

[편집자주]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정책도 사안마다 다르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8.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너 어느 아파트 살아?"

한때는 단순히 주소를 묻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저 한 줄에 숨은 의미가 보이더라고요. 사실 저 질문은 '너희 집 얼마나 잘 사니?'와 같은 의미죠. 요즘은 어떤 동네에 사는지를 넘어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가 그 사람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주는 말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파트 '브랜드'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아파트가 들어온 초반엔 건설사의 이름이 곧 아파트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현대건설이 지으면 현대아파트, 대림건설이 지으면 대림아파트였죠.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건설사 이름이 곧 아파트 이름이던 시대는 막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대림산업은 지난 2000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이름을 'e편한세상'이라고 바꿨습니다. 같은 해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래미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도입했습니다. 이때부터 브랜드 시대가 열렸습니다.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남에게 보이는 공간'으로 확대된 겁니다.

이제 브랜드는 입지, 시공능력, 단지 규모, 가격과 같이 아파트를 살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습니다. '브랜드 믿고 산다'는 이야기처럼, 인지도 높은 브랜드면 일반적으로 품질과 기능도 우수할 것이라고 수요자들은 예상합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와는 일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10대 건설사 브랜드가 평판 조사 중 상위이기도 하고요.

참고로 보자면,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분석한 올해 7월 기준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는 상위부터 Δ힐스테이트(현대건설) Δ자이(GS건설) Δ푸르지오(대우건설) Δ더샵(포스코건설) Δ롯데캐슬(롯데건설) Δ래미안(삼성물산) Δ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Δe편한세상(DL이엔씨) 등입니다.

시세에도 이름값 영향이 꽤 큽니다. 일례로 부산광역시 금정구 2017년 입주한 래미안장전 아파트 전용면적 84㎡ 평균 시세는 11억 4500만원이지만, 이듬해 입주한 인근 A아파트의 시세는 같은 조건에도 6억원으로 절반 수준입니다. 서울, 수도권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적용되면 지역의 '대장 아파트'로 분류되며 시세를 이끈다고 하고요.

그렇다 보니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사용료를 내고 브랜드를 공유하는 자회사들도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브랜들르사용하고 관련 매출 0.4%를 사용료로 지급합니다. 더 좋은 브랜드로 바꾸려는 주민들 요구도 높아집니다. 한화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꿈에그린'을 사용하다가 '포레나'로 바꿨는데요. 교체 요구가 많아 내년부터 변경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헌 집을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도 조합원들이 '어떤 브랜드를 내놓느냐'를 주시하는 분위기입니다. 강남 같은 서울 주요 입지 정비사업에는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입성이 사실상 불가능했는데요. 요즘에는 '아파트 브랜드'라는 키워드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얼마나 더 좋은 브랜드를 가져오느냐가 문제가 된 겁니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은 요즘 '하이엔드' 브랜드 론칭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e편한세상의 상위 브랜드인 '아크로'를 강남에 선보여 '평당 1억' 시대를 열었고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써밋', 롯데건설 '르엘'도 고급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론칭했죠.

아파트 하나 사는 데 따져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위치부터 단지 규모, 건설사 시공 역량… 브랜드까지. 사실 아파트가 아니라 오늘 먹을 치킨 브랜드를 고르고 있는 게 제 현실이긴 한데요. 언젠가 올 내 집 마련을 더욱더 현명하게 하기 위해서, 브랜드도 꼭 고려해야 할 내용으로 머릿속에 넣어둬야겠습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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