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반복되는 금융사기 뒤에 꼬리 자르기 수사가 있다

정희상 기자 2021. 8. 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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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옵티머스 사태 관련 인물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지난해 터진 옵티머스 사기 역시 펀드 상품이라는 자본시장을 매개로 벌어진 다소 진화한 금융사기 사건이지만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거대 금융사기 사건마다 되풀이되는 검찰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불러올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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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지난해 재판에 넘겨진 옵티머스 사태 관련 인물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김재현 전 대표는 징역 25년, 2대 주주인 이동열씨와 윤석호 변호사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기본적인 윤리 의식을 모조리 무시한 채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교란한 사건”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형 금융사기의 배후 몸통 또는 비호 세력으로 거론되던 사회 유력자들은 기소조차 되지 않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에서 천문학적으로 기록된 대형 사기 사건들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배후에 사회 각계 유력자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거의 어김없이 그들은 법망을 피해나간다. 2007년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이라는 수식어가 처음 붙은 제이유그룹 주수도 사기 사건도 여야 정치권과 사법부, 검찰, 경찰, 언론계 등에 비호 세력이 존재했지만 수사는 용두사미에 그쳤다. 5조원대 조희팔 사기 사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희팔 일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사진을 걸어두고 버젓이 유사수신 행위를 했고, 검경 간부들에게 10억원대 뇌물을 줘가며 수족처럼 부렸다. 그러나 이 사건도 몸통 수사는 용두사미에 그쳐 고작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 한 명만 구속됐다. 2014년 ‘단군 이래 최대 대출 사기’로 기록된 1조8000억원대 KT ENS 사기 사건 배후에도 박근혜 정권 실세 정치인과 관료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렸지만 검찰은 이들을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해 터진 옵티머스 사기 역시 펀드 상품이라는 자본시장을 매개로 벌어진 다소 진화한 금융사기 사건이지만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이헌재 전 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 금융·법조계 쟁쟁한 유력자들이 갖가지 명목으로 옵티머스 사기 사건과 관련된 이런저런 기록에 등장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유력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피해갔다.

거대 금융사기 사건마다 되풀이되는 검찰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불러올 결과는 뻔하다. 유사한 신종 사기 사건을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는 온상 역할을 한다. 구조적 사회악에 대한 불철저한 단죄는 거대 사기범죄단 못지않게 대한민국의 부조리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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