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만든 '유령 전투기', 6세대 스텔스기가 온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1. 8.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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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 J-20 초기생산 버전이 날개를 펼친 채 기능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30년대 이후 하늘을 지배할 6세대 전투기 개발 움직임이 동아시아에서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6세대 전투기를 만들려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중국과 일본도 J-20, F-22를 넘어서는 차세대 전투기 개발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6세대 전투기는 고도로 발달된 네트워크망과 감시 정찰 능력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금속 가공 등 전통적 산업 기술이 최고 수준에 이르러야 개발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진행될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경제력도 필수다. 

중국과 일본은 이같은 자금력과 기술을 토대로 높은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지닌 6세대 전투기 개발을 밀어붙일 태세다. 포착이 쉽지 않은 ‘유령 전투기’가 동아시아에 나타나는 셈이다.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J-20 뛰어넘는다” 중국의 야심찬 계획은

5세대 스텔스기 J-20을 2010년대 선보인 중국이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을 처음 밝힌 것은 201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J-20 개발자인 왕하이펑은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차세대 전투기(6세대)를 2035년 또는 그 이전에 개발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드론 운용 능력, 고성능 스텔스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공군 J-20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어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적용하고, 레이저 무기 등을 장착할 예정”이라며 “중국은 이런 기능들과 이외의 기능들을 선택해 중국에 최적화한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가장 큰 장점은 자금 동원력이다. 서방측은 예산승인 여부를 놓고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며,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다. 

4세대인 타이푼 전투기를 만든 유럽이 스텔스 기술을 갖고도 5세대 전투기를 만드는 대신 6세대로 건너뛴 것도 예산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반면 공산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지닌 중국은 투자 규모나 속도를 단기간 내 끌어올릴 수 있다. 중국은 6세대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자금 면에서 많은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6세대 전투기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2019년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 회의에서는 군사력 건설과 관련, 게임 체인저(어떤 일의 흐름이나 판도를 뒤바꾸는 것)를 의미하는 ‘전복성(顚覆性) 기술’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전복성 기술에는 양자 레이더와 새로운 스텔스 물질, 극초음속 무기, 인공지능으로 조종되는 무인 장비 등이 포함되며, 이를 개발하기 위해 민간 기술과의 융합도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지상요원들이 J-20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기술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 전통적인 항공우주산업 분야다. 전투기는 기체, 엔진, 항공 전자 장비, 탑재 무기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중국은 J-20과 J-31 개발과정에서 스텔스, 공력, 구조, 비행제어, 의장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공대공미사일도 러시아산보다 사거리가 늘어났다. 

엔진은 사정이 다르다. 무거운 이륙 중량을 감당하면서 민첩하고 빠른 속도로 기동하고, 항공전자장비에 전력을 공급하려면 강력한 성능을 가진 제트 엔진이 필수다.

J-20은 러시아산 AL-31F, 중국산 WS-10 엔진을 장착했으나 J-20의 무게를 감당할만한 추진력을 갖추지 못했다. 추진력을 높인 WS-15 엔진 개발에 나섰으나 난항을 겪었다. 

엔진 내부 온도가 섭씨 1350도를 넘어가면 출력이 떨어졌고, 시험 도중 폭발사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양산까지는 1~2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중국의 6세대 전투기는 WS-15보다 더 강력한 성능이 요구된다. 
중국 공군 J-20 편대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네트워크망을 통해 다른 전투기, 무인기를 통제하면서 전장정보를 실시간 융합해 조종사에게 제공하는 능력을 갖추려면 J-20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항공전자장비가 많이 필요하다. 이는 전력 소모를 늘린다. 레이저 무기를 장착하면 전력 소비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내부 무장창과 매립형 전자장비 설치 공간 확보를 위해서는 엔진 크기를 줄여야 한다. 반면 기동성과 추력은 높아야 한다.

작은 크기에 높은 추력, 고온과 고압을 견디는 높은 수준의 내구성이 요구되는데, 기초 과학기술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으면 개발 자체가 어렵다. 엔진 개발이 6세대 전투기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다.   

독자 개발이 어렵다면 외국과의 공동개발이나 기술협력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6세대 전투기 엔진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현재로선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정도다. 이들 국가가 중국과 엔진 기술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미국의 개입으로 실패했지만, 중국이 수년 전 우크라이나 항공기 엔진제작업체 모터시치 인수를 시도했던 것도 외국과의 협력이 어려운 중국의 사정이 드러난 부분이다. 
일본 항공자위대 F-2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비행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남은 방법은 독자 개발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데 2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6세대 전투기 엔진이 제때 개발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40여년 만에 전투기 개발에 나선 일본

1970년대 후반 미쓰비시중공업이 F-1 전투기 개발에 성공했던 일본은 40여년 만에 자국 주도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F-22를 뛰어넘는 공중전 능력을 목표로 한다.

일본은 2035년부터 차세대 전투기 90대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개발비는 1조엔(약 10조5000억원), 실전배치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5조엔(약 52조5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무인기를 통제하는 능력, 특정 기체가 포착한 정보를 편대 전체가 공유하는 네트워크 기술, 레이저 또는 극초음속 무기 탑재 등 미국과 유럽에서 거론되는 6세대 전투기의 특성이 대부분 반영될 전망이다. 개념적 특성만 놓고 보면 중국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6세대 전투기 상상도. F-22보다 높은 성능을 추구한다. 방위성 제공
일본이 거액을 들여 전투기 개발에 나선 것은 F-2 때문이다.

국산 지원전투기 F-1이 노후화하자 일본은 1980년대 F-2 개발을 추진했다. 국내 개발을 전제로 계획을 추진했는데, 미국은 전투기용 고출력 엔진 제공을 거부했다.

결국 F-2는 미국산 F-16 전투기를 기본으로 미국과 일본이 공동개발하게 됐는데, 개발과정에서 미국은 고출력 엔진, 기체제어 소스코드 등의 제공도 거부했다.

일본은 자국 기술을 미국에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했지만 미국은 기술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었다. 일본은 거액의 라이선스료도 지불해야 했다.

기술실증을 위해 일본이 만든 스텔스기 ‘신신’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일본은 스텔스 성능 점검 차원에서 실물 크기의 모형시험을 미국 내에서 실시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신신의 스텔스 성능 검사는 프랑스 시설에서 이뤄졌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은 개발 주체를 자국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으로 정했다. 기술지원은 록히드마틴이 담당한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엔진 개발 등에 일부 참가할 가능성도 있다.
미 공군 F-35 전투기가 공중급유 훈련을 받기 위해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일본은 2010년대부터 6세대 전투기에 활용할 수 있는 항공전자, 엔진 등의 기술을 개발해왔다. 스텔스기 '신신'에 일본업체인 IHI가 제조한 추력 5t짜리 XF5-1 엔진 2기를 탑재했고, 매립형 전자전장비와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내부 무장창,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등도 개발이 한창이다.

하지만 항공작전 신뢰성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유럽 항공우주산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신뢰성이 확보된 기체를 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외국 업체가 일정 부분 참여하는 것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이는 신형 엔진 개발에도 도움이 된다. 전투기 엔진을 개발하려면 상세 규격 설정, 기본설계, 상세설계, 각종 확인시험, 각 기술 요소의 통합 및 실제 항공기 탑재에 필요한 설계 등이 필요하다. 

일본은 미국산 엔진을 면허생산하고 XF5-1 엔진을 개발했지만,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과 체계통합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6세대 전투기 ‘템페스트’ 탑재를 위해 신형 엔진을 만들고 있는 영국과 협력을 하면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F-22보다 우수한 엔진을 만들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향한 걸음을 한발 한발 내딛고 있으나, 한국은 4.5세대인 KF-21에서 멈춰 있다.

올해 안에 F-35A 40대가 완전히 전력화되지만, 5세대 스텔스기에 의한 전략적 억제능력이 효과를 발휘할 기간은 생각보다 짧을 수도 있다. 한국도 지금부터 6세대 전투기를 비롯한 미래 항공우주분야에서의 전략적 억제력 확보 구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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