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미래 모빌리티 도시 공간구조를 바꾸다

서덕수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2021. 8.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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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그리고 건축·대중교통·항공 관련 기업들과 함께 새로운 모빌리티가 적용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그렸다. 에어버스 제공

인류의 기술문명을 돌아보면 모빌리티 기술은 도시환경 변화와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자동차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기술의 상용화와 이어진 대중화는 도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08년 미국의 헨리 포드가 ‘자동차 가격은 노동자나 서민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야 한다’는 철학으로 공장을 자동화하고 혁신적 조립 라인을 구축해 자동차를 대량생산하면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누구나 자동차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마찻길 중심이던 미국, 유럽 등의 도시 인프라가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의 기동성이 좋아지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교통 인프라가 도시 내 토지이용개발을 주도하게 됐다. 교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활발히 건설되면서 많은 이들이 인구 과밀과 환경 오염으로 숨막히던 도심을 탈출하게 됐다. 고속도로 나들목 주변으로 교외 베드타운 및 쇼핑몰이 활발하게 지어졌고 도시 인구의 수평적 이동이 가속화됐다. 1920년대 미국 도시 내 인구밀도가 제곱 마일(mile·1마일은 약 1.6km)당 6160명에서 1990년대에 2589명으로 대폭 감소한 현상이 이를 잘 대변한다. 자동차의 대중적 보급과 도로 인프라 확충을 통해 교외로 이동한 도시 인구 때문이었다.

그러나 친환경적이고 쾌적하며 안전하다고 여겨진 교외 및 자동차 중심의 도시 개발에도 부작용이 있었다. 미국의 도시문명 비평가 루이스 멈퍼드는 무분별한 도시의 교외화로 자연과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됐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같이 개인의 편의성을 강조한 기술 중심의 사회가 사람 간의 소통과 교류를 단절시켜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해마다 급증하는 자동차 때문에 교통 체증, 대기 오염, 소음 공해, 교통사고 등 사회적·환경적 폐해가 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교통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됐다. 이제는 친환경 도시를 가늠하는 평가 지표에 버스, 기차, 전철 등 대중교통의 밀도 및 네트워크가 필수 항목이 됐고 자전거 같은 무동력 개인 이동 수단도 강조되고 있다. 한 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2016년부터 ‘슈퍼블록’ 실험으로 도시의 모빌리티 플랫폼을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있다. 9개의 블록을 하나로 묶어 만든 슈퍼블록 내부로 차량 진입을 제한하고 자전거, 대중교통,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모빌리티 도시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바르셀로나는 이 실험을 도시 전체 495개 구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 세계가 바르셀로나의 실험을 주목하는 이유는 자동차 없는(car-free)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와 플랫폼 전환이 자동차 중심의 기성 도시에서 정말 가능한지 궁금해서다.

○ 자율주행이 바꿀 맛집 지도

CES 제공

최근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감으로 탄소 저감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자동차의 내연기관이 사라지고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전기 모터로 전환되는 추세는 매우 반갑다. 다만 친환경 모빌리티가 도시 공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 같다. 아파트나 단독 주택에서 충전할 수 있어 도시 내 주유소가 사라지는 정도만 예상될 뿐이다.

반면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도시 공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2027년까지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된다면 가정 내 자동차 보유 대수가 경제력에 따라 증감할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면 경제력이 높은 가정에서는 가족 구성원별로 자동차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가 운전기사 노릇을 하니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운전 부담이 줄어 가족 구성원 모두 외출 빈도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이용률도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고급 주택단지에서는 보다 많은 주차 공간이 필요하다. 

경제력이 낮은 가정에서는 전 가족 구성원이 차 한 대를 보다 효율적으로 공유하는 방향으로 변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자동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하면 온종일 회사 주차장에 자동차를 둘 이유가 없다. 자율주행 기능으로 집에 돌려보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받은 어머니가 온종일 사용하다 퇴근할 시점에 차량을 다시 아버지 회사로 보내면 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직장 내 주차공간은 줄어들고 주택단지의 주차장 공간 사용률은 현격히 늘어날 수 있다. 도시 내 전체적인 자동차 총량이 증가할지 감소할지 정확한 예측은 힘드나, 분명한 건 사용되는 자동차의 수가 증가해 도시 내 도로 공간이 온종일 자동차로 채워져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체 시간대가 전통적인 출퇴근 시간 이상으로 훨씬 길어질 것이다. 기술자들은 자율주행차가 운전 능력이 뛰어나 정교한 주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간 간격과 지연 출발을 줄여 전체적인 정체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자동차의 총량이나 도로 사용률이 폭증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와 공유차의 결합도 도시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공유차 사용료가 저렴해져 이용률이 높아지면 대중교통의 수요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역세권 개발에 대한 수요도 떨어지고 오히려 자동차로 접근하기 쉬운 곳에 맛집이나 예쁜 카페가 대거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도시 내 토지이용 패턴에 영향을 끼친다. 체증이 심한 도심지보다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외곽지에 더 많은 주택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자율주행으로 출퇴근 시간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거나 화장을 하거나 영화 시청도 할 수 있으므로 직장과 가까운 도심지 주택보다는 멀더라도 여유로운 자연 속에서 살고 싶지 않을까. 만약 이런 수요가 몰린다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수도권 내 주택 부족 및 집값 상승 문제도 해결될지 모를 일이다. 수도권 진입도로의 정체가 사회적 문제가 안 된다면 말이다.

자율주행차 대중화로 숙박업소, 휴게소, 항공 및 철도업계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 안에서 이동과 숙박이 동시에 가능해지기 때문에 호텔산업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으로 고속도로 주변에는 숙박업이 성행했다. 피로한 운전자들이 숙소에 들러 야간 운전의 피로를 풀고 가는 일이 많았지만, 자율주행 문화에서는 이런 풍경도 바뀔 것이다. 자동차 내부가 간이침대로 변할 것이고 이동하면서 그 안에서 취침할 가능성이 크다. 고속도로 주변 휴게소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피곤해서 쉬어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음식을 포장해 가려는 사람이 전부일 것이다. 

이런 이동 패턴의 변화로 단거리 항공 및 철도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만약 자율주행차로 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부산 해운대까지 4시간 만에 도착한다면 과연 비행기나 KTX를 지금처럼 많이 이용할까. 도심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시간,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 등을 감안해야 하고 중간에 택시나 대중교통도 추가로 이용해야 한다. 반면 자율주행차는 한 번에 목적지까지 이동하니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국내 도시 간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 이용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2016년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바르셀로나는 도시 내 대기오염과 소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블록’을 조성했다. 9개 블록을 묶은 슈퍼블록 안에서는 거주민 차량과 택배나 쓰레기 수거를 위한 공공 서비스 차량 외 통행이 불가하다. 거주민들도 지정된 구역에만 주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확보된 공간은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벤치와 테이블로 채워지거나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가 들어섰다. 바르셀로나는 슈퍼블록 구역을 계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편리함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 고려해야

드론 모빌리티도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사람이 드론에 탑승해 이동 가능한 2인용 드론 택시 개발을 목표로 세웠다. 탑승자가 비행경로를 정해주면 드론이 알아서 비행하는 자율주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부는 자동비행경로, 충돌 회피, 교통량 조절 등 드론 교통관리체계를 개발해 2022년까지 시범노선을 구축하고 이후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드론 하늘길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약 드론이 자율주행차처럼 개인 이동 수단으로 대중화된다면 역시 도시 공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먼저 건물 디자인부터 달라질 것이다. 고층 건물 상부나 외벽에 드론 스테이션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건물 내 주요 동선의 목적지가 지하 주차장이 아닌 테라스나 옥상이 될 것이다. 건축 설계가 완전 달라진다.

다만 드론은 안전성 면에서 자동차보다 신중해야 한다. 드론이 가진 광범위한 이동성 때문이다. 수많은 드론이 머리 위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상황을 편안하게 느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차량 사고와는 달리 드론 사고는 피해 지역과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단순 사고에도 불안은 가중될 것이다. 드론 교통의 효율적이고 안전한 이동을 위해 드론 하늘길 개발이 한창이지만, 보다 정밀한 연구와 심도 있는 제도적 고찰이 필요하다. 

모빌리티가 도시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모빌리티 전환은 근대 도시의 교통 계획뿐만 아니라 주거 상업 중심의 토지 이용을 주도한 핵심 요인이었다. 이제는 첨단 기술이 자동차와 드론 등 신개념 자율주행 모빌리티 수단과 만났다. 자가용 이동수단이 보다 편리해지고 간편해지면서 도시의 삶이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선진 도시계획이 현재 추구하는 이상적 모델은 무인자동차의 도시(driverless car city)가 아니라 자동차가 없는 도시(car-free city)다. 이에 도시 전문가들은 친환경 도시로 나아가려면 자율주행 기술을 통한 자동차 공유를 활성화하고, 도시 내 자동차 총량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승차 공유, 버스, 경전철 등과 만나 자율주행 대중교통 문화를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걷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 간의 소통과 만남을 촉진해야 커뮤니티가 활성화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의 목표는 개인적 편리만이 아니다. 도시 내 커뮤니티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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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8월호  Intro. 도시와 모빌리티의 공진화

Part1. 도시 공간 구조를 바꾸다

Part2. 운전 약자·도시 문제 해결 앞당긴다

 ┗도시 교통 문제와 해결책 │스마트시티 챌린지

[서덕수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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