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쟁 장기화… 각국, 집단면역 기준 90%로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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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최대한 빨리 부스터샷”
美기업들 “사무실 출근은 내년에”
대만 등은 내후년 백신 확보 완료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델타 변이 팬데믹(지구적 대유행) 국면에서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올 5월쯤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놨지만 지금 현실은 정반대다. 미국·영국·이스라엘 등은 이미 접종률이 50%를 넘었지만 강한 전파력을 지닌 알파·델타 변이 앞에 속수무책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또 새로운 변이가 언제 어떻게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한다. 코로나와 전쟁은 이제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은 이미 방역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 목표를 기존 70%대에서 80~90%대로 상향하고, 접종 의무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부스터샷(3차 접종)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되살리고 있다.
◇부스터샷에 접종 의무화까지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백신 격차를 들어 부스터샷 계획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선도국들은 개의치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DA가 9월 초까지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 접종 대상·시기에 관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 백신을 맞은 지 오래되어 효력이 저하된 이들을 우선순위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델타 이후 초강력 변이 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새로운 변이는 기존과 비교해 바이러스양이 1000배 많은 델타보다도 더 위험할 소지가 크다”면서 “최대한 빨리 부스터샷을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영국·독일에 이어 프랑스도 오는 9월부터 3차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정체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접종 의무화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학교 교사들에 대해 백신 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백신 접종, 음성 판정, 코로나 감염 후 회복 중 하나를 입증해야 하는 ‘그린 패스’를 5일 연속 소지하지 않은 교직원에 대해서는 급여를 정지하거나 고용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는 9월부터 중·고교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은 조퇴시키고 일주일간 등교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미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대기업 등은 델타 변이 확산에 사무실 출근을 연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5일 애초 9월 현장 근무를 재개하겠다던 방침을 바꿔, 내년 1월로 연기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사무실 출근을 9월에서 10월 이후로 늦춘다고 밝힌 바 있다.
◇백신 확보는 장기전으로
코로나와 공존이 현실이 되면서 앞으로 백신은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씩 계속 접종해야 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서방국들은 백신 물량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스위스, 대만은 모더나와 내후년 물량까지 계약했다.
정부는 현재 화이자·모더나와 총 5000만회분 추가 계약을 논의 중이다. 모더나는 2000만~2500만회분, 화이자는 2500~3000만회분 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에 들어오는 백신 중 남는 물량과 내년 계약 물량을 합치면 부스터샷과 내년 접종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국산 백신에도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부는 지난 5일 “국산 코로나 백신 개발과 2025년까지 세계 5위 글로벌 백신 시장 달성을 위해 추경으로 예산 2000억원을 확보했고 내년부터 2026년까지 2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산 mRNA 백신 개발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산 백신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물량 확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올 상반기만 해도 국산 백신이 올 연말 상용화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5일 그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해외 각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만 수조원을 지원한 걸 고려하면 이번에 발표된 수준으로 국산 백신 개발에 큰 기대를 거는 건 위험하다”며 “백신 개발과 별개로 내년용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률 상향에 맞춰 현 거리 두기에 대한 출구 전략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지금처럼 확진자 수에 기반해 선제 검사를 남발하는 것으로는 변이 유행을 막을 수 없다”며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중환자 병상은 더 늘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관리하며 일상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욱 교수는 “내년 3~4월쯤 현실적인 집단면역 달성과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가능할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그때까지 코로나와 공존할 시스템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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