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거품 터질 때 된 한국 프로야구

안용현 논설위원 2021. 8. 7.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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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땄던 2008년 한국 프로야구(KBO)의 평균 연봉은 7262만원이었다. 최고 연봉은 7억원대였다. 20세를 갓 넘긴 류현진과 김광현은 1억원대 중후반을 받았다. 올해 프로야구 평균 연봉이 1억2273만원이다. 최고액은 27억원과 15억원이다. 그런데 15억짜리 선수는 도쿄올림픽에서 타율 0.105를 기록 중이다. 일본전에선 삼진 4개를 먹었다.

5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양팀 선수들이 도열한 가운데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뉴시스

▶출전팀 중 일본과 우리만 프로 대표팀이다. 미국은 마이너 리거로 구성했다. 내야수 앨버레즈는 2014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이다. 야구만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은퇴 선수가 주축이다. 한국 경기에 등판한 투수 블리치는 메이저리그 소속이지만 선수가 아니라 구단 직원이다. 도미니카 투수는 44세다. 이런 상대들에게 고전하는 수억, 10억 연봉의 한국 프로 대표팀을 보면 뭔가 크게 잘못됐다고 느낀다.

▶올 시즌 한국 프로 야구 경기당 볼넷이 4.55개다. 해마다 치솟고 있다. 4.5개를 넘긴 건 40년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한 이닝에 볼넷을 5개 남발하는 경기를 보면 이런 선수들도 프로라고 돈을 받는다는 게 어이가 없다. 올 시즌 탈삼진 1위부터 9위까지가 전부 외국인 투수들이다. 150㎞ 이상 던지는 국내 투수는 눈을 씻고 찾아야 한다. 홈런도 상위 5명 중 3명이 외국인이다. 미국에서 무명이던 선수도 한국에 오면 특급 활약을 펼친다. 미국 마이너 수준도 안 되는 한국 프로에서 10억원 넘는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있다면 정상인가.

일러스트=김도원

▶2008년 8개이던 프로 구단이 2013년 10개로 늘었다. 일본은 3900여 개 고교 야구팀이 12개 프로 구단의 인재 풀이다. 반면 한국은 85개 고교 팀이 10개 구단에 선수를 공급한다. 어느 쪽이 정상인가. 한국 프로야구의 팀 수는 5~6개도 많을 텐데 그 두 배의 팀이 있으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에 걸린 프로야구 선수들은 경기 당일 새벽까지 여성들과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고서 안타를 쳤다. 투수가 얼마나 수준이 낮으면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일본 미국 프로야구에선 상상 못 할 일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야구팀이 7일 동메달을 따도 군 면제 혜택 취소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동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프로야구에 낀 거품을 만든 것은 대기업들 간의 자존심 경쟁도 원인이다. 야구 수준이 스포츠가 아니라 레저 수준으로 추락하는데도 그 바닥에서 우승하고 이기겠다고 연봉 거품을 계속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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