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르, 프리미어리그의 오늘을 만들었다

양지호 기자 2021. 8. 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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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워터베어프레스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

조슈아 로빈슨, 조너선 클레그 지음|황금진 옮김|워터베어프레스|552쪽|2만2000원

2008년 5월 유럽 최고 축구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가 맞붙었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전 세계에서 1억4000만여 명이 이 경기를 시청했다. 그 중에 셰이크 만수르가 있었다.

아랍에미리트의 왕족으로 세계 최고 부자 중 하나인 만수르는 두 팀의 경기에 홀딱 반해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구단주가 되기로 결심했다. 4개월 뒤 만수르는 맨체스터시티를 사들였다. 이전까지 리그 하위권을 맴돌던 약체 맨체스터시티는 그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13년간 만수르는 2조7300억원을 투자했고, 맨체스터시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차례 정상을 차지한 최강팀이 됐다.

만수르와 맨체스터시티의 이야기는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 리그로 거듭난 비밀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 비밀은 바로 돈이다. 1980년대까지 영국 프로 축구는 훌리건의 난동과 거칠고 재미없는 경기로만 알려진 사양 산업이었다. 1992년 몇몇 구단주가 영국 스포츠 방송사를 인수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손잡고 ‘프리미어리그’를 출범시켰다. 이때부터 영국 프로 축구는 노동 계급의 오락거리를 벗어나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구단주들은 기업처럼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온갖 마케팅을 동원하며 무엇보다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머니게임을 시작했다. 박지성과 손흥민을 비롯, 수퍼스타들이 벌이는 뜨거운 승부의 세계가 돌아가기 위해선 냉철한 자본의 논리가 필요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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