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시가총액 33조.. 상장 첫날 금융 대장주 등극

최형석 기자 2021. 8.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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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11조원 넘는 차이로 제쳐
코스피 전체 종목서도 12위 기록
기존 은행과 차별화가 성장 관건
일부선 "지나치게 고평가" 지적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금융 대장주(株)로 올라섰다. 6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카뱅은 상한가(6만9800원)로 첫날 거래를 마쳤다.

시총은 33조1620억원으로, 기존 금융 대장주였던 KB금융(21조7052억원)을 11조원 넘는 차이로 제쳤다. 코스피 전체에선 기아(34조6991억원)에 이어 12위에 올랐다. 코스피 시총 13위는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29조7307억원)였다. 삼성물산(27조52억원), 현대모비스(26조2103원), LG전자(25조6927억원) 등 굴지의 기업들도 추월했다.

카카오톡이란 강력한 플랫폼에 기반한 카뱅의 성공적인 증시 데뷔는 금융의 디지털화 가속이라는 지각변동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따블’엔 실패했지만 상한가로 마감

카뱅은 몸집으로만 보면 기존 은행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임직원 수는 리딩 뱅크인 KB국민은행(1만5000여 명)의 15분의 1 수준인 1000명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는 국민은행이 455조원이고, 카뱅은 16분의 1인 28조6000억원이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의 경우 카뱅이 268억원을 버는 동안 국민은행은 27배 넘는 규모(7341억원)를 달성했다. 객관적 전력상 ‘새우’인 카뱅이 ‘고래’인 금융지주를 시총으로 앞선 것이다.

금융주 시가총액 1위가 된 카카오뱅크

이날 카뱅의 시초가는 공모가(3만9000원)보다 38% 높은 5만37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의 최대 2배까지 오를 수 있는 시초가 ‘따블’에 실패하고, 장 초반에 한때 시초가보다 낮은 5만1000원까지 떨어졌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세 덕분에 주가를 회복하고 상한가를 달성하는 저력을 보였다.

SK증권은 “성장률, 언택트(비대면), 카카오와의 공유 프리미엄(부가 이익)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은행주 역사상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카뱅 대주주인 카카오는 이날 역대 최고의 2분기(4~6월) 실적을 발표했다. 광고와 음악 등 콘텐츠 부문의 실적 호조에 힘입어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1조3522억원, 영업이익은 66% 급증한 1626억원을 기록했다.

◇기존 은행보다 차별화된 경쟁력 관건

시장의 관심은 카뱅과 기존 금융주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느냐 좁혀지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관건은 향후 카뱅이 기존 은행들에 비해 얼마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는지다.

기존 은행들이 강력한 규제에 묶여있는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인 카뱅은 대주주 요건이나 자본금 등에서 몇 가지 특례를 인정받고 있다. 예컨대 은행은 산업자본의 금융업 운영을 막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주주 지분율이 4%로 제한돼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은 34%까지 허용된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지분 31%를 보유한 카카오다. 주인이 없는 시중은행들과 달리 경영권이 안정돼 있어 일사불란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인터넷은행들은 설립 5년 차까지 대출금 등 위험 자산 대비 자본금을 덜 쌓아도 되는 특례를 받고 있다. 2017년 출범한 카뱅도 올해까지 특례 대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이 이런 특례 없이도 다른 은행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주가가 정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카뱅의 주력인 비대면 영업은 방식의 차이일 뿐 자본을 활용한 비즈니스라는 은행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뱅 주가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순간에 리딩 뱅크 지위를 뺏긴 기존 은행들은 ‘디지털화(디지털라이제이션)’ 가속에 더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은행 전략 담당 부행장은 “기존 은행들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디지털라이제이션으로 간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줘야 한다”며 “기존 인력의 디지털 기술 재교육과 신규 개발자 채용 등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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