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30] 내가 선택한 거야

황석희 영화 번역가 2021. 8.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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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choice
‘스파이더맨:뉴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2018)’.

아빠 차를 타고 내내 잔소리를 들으며 등교하는 마일스. 마일스는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정든 친구들을 떠나 원치 않던 엘리트 학교로 전학한다. 사사건건 인생에 개입하는 아빠 때문에 마일스는 인생의 선택권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마일스는 예전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투정에도 완고한 아빠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학교로 들어선다. ‘스파이더맨:뉴유니버스(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2018)’의 한 장면이다.

마일스는 감상문 과제인 ‘위대한 유산’의 표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은 영어로 ‘Great Expectations’, ‘위대한 유산’ 혹은 ‘막대한 유산’으로 번역되며 문자 그대로의 뜻은 ‘막대한 기대’다. 마일스는 아빠의 기대가 너무나도 무겁다. 방과 후 좋아하는 애런 삼촌을 따라 버려진 지하철 역사에 들어가 그라피티를 그리는 마일스. 그러고는 ‘위대한 유산’을 비웃듯이 커다랗게 ‘기대하면 오산(No Expectations)’이라고 쓰고는 후련하게 웃는다.

우연히 스파이더맨이 된 마일스는 커다란 능력을 갖고도 세상을 구할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자기 안에 숨어버린다. 마일스가 알을 깨고 나오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스스로의 다짐과 선택. 마일스는 영웅은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미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벤 스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첫 단계가 이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The first step to getting the things you want out of life is this: Decide what you want.)”

신발 끈을 일부러 한쪽만 풀고 다녔던 마일스는 신발 끈이 풀렸다고 말해주는 친구에게 이렇게 답한다. “알아, 내가 선택한 거야.(Yeah, I’m aware. It’s a choice.)” 겨우 신발끈 한쪽을 푸는 것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마일스는 이제 영웅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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