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 제거해 PTSD 치료한다

이현경 기자 2021. 8.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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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신경세포(뉴런)의 연결지점인 '시냅스'에 저장될 것이라는 '기억저장 시냅스' 가설을 2018년 실험을 통해 처음 확인한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는 공포기억을 이용해 기억저장 시냅스의 존재를 한 차례 더 명확히 밝혀냈다.

강 교수는 "나쁜 기억 중에서도 공포기억을 저장한 시냅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한 단계 한 단계 연구가 쌓이면 다른 기억은 건드리지 않고 공포기억만 약화시켜 PTSD를 치료하는 등 질병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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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서울대 교수팀 공포기억 저장 시냅스 첫 확인..국제학술지 '뉴런'에 연구결과 발표
신경세포(뉴런) 사이의 연결지점인 시냅스. 기억이 시냅스에 저장된다는 사실이 2018년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에 의해 처음 실험으로 확인됐다. 사이언스 포토 라이브러리 제공

기억이 신경세포(뉴런)의 연결지점인 ‘시냅스’에 저장될 것이라는 ‘기억저장 시냅스’ 가설을 2018년 실험을 통해 처음 확인한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는 공포기억을 이용해 기억저장 시냅스의 존재를 한 차례 더 명확히 밝혀냈다. 또 공포기억과 같은 나쁜 기억이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해 향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에서 공포기억이 생성되고 소거될 때 기억저장 시냅스의 구조가 바뀌는 현상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오랫동안 뇌과학자들은 기억이 뇌의 어떤 부위에 저장되는지 연구해왔다. 1949년 캐나다 신경심리학자인 도널드 헤브는 뉴런마다 수천 개씩 달려 뉴런들 사이의 신호를 서로 연결해주는 시냅스가 기억이 저장되는 장소라는 가설을 제시했지만, 오랫동안 이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강 교수팀은 2018년 시냅스를 종류에 따라 청록색과 노란색으로 표시해 현미경으로 뉴런 한 개에 있는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는 기술(Dual-eGRASP)을 개발하면서 약 70년 만에 기억저장 시냅스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강 교수팀은 기억 중추인 뇌의 해마에서 기억저장 시냅스를 찾아냈는데, 이번에는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에서 기억저장 시냅스를 연구했다. 

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공포기억이 형성되면 기억저장 시냅스가 커지고(맨 왼쪽 E-E), 공포기억이 사라지면 크기가 작아졌다가(가운데) 공포기억이 재형성되면 다시 기억저장 시냅스 크기가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했다(맨 오른쪽). 강봉균 제공 

연구팀은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30초간 들려준 뒤 소리가 종료되기 전 2초간 발바닥에 약한 전기충격을 가해 공포기억이 형성되도록 공포학습 과정을 세 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며칠 뒤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은 상태로 쥐에게 이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려주면서 공포기억을 사라지게 했다. 

강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Dual-eGRASP 기법으로 기억저장 시냅스의 구조를 관찰한 결과 공포기억이 생겼을 때는 기억저장 시냅스가 커졌다가 공포기억이 사라지면 다시 작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또 공포기억을 재학습시키고 기억저장 시냅스를 관찰하자 작아졌던 기억저장 시냅스가 다시 커졌다.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PTSD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강 교수는 “나쁜 기억 중에서도 공포기억을 저장한 시냅스만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한 단계 한 단계 연구가 쌓이면 다른 기억은 건드리지 않고 공포기억만 약화시켜 PTSD를 치료하는 등 질병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강 교수팀은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특정 약물을 투여하면 원하는 기억저장 시냅스만 약화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환자가 공포기억을 회상할 때 특정 약물을 투여해서 이 기억만 약화시켜 치료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공포기억과 같은 나쁜 기억이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간 학계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나쁜 기억이 희미해지는 이유로 기억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억으로 덮이기 때문이라는 ‘마스킹 이론’이 우세했다. 강 교수는 “이번 연구로 나쁜 기억이 제거돼 사라질 수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기억저장 시냅스의 크기를 물리적으로 조절해 기억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으로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뉴런’에 실렸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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