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혈세 낭비하는 우후죽순 공공기관

안병수 2021. 8. 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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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 산하에 있던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지난해 10월 독립기관이 됐다.

공공기관 설립은 국회의원들의 치적용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원의 3% 이상을 청년(만 15~34세)으로 신규 고용해야 하는 공공기관 중 15.4%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공공기관 난립을 막을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방만 경영 등 문제가 있는 기관들을 솎아내 필요한 경우 퇴출도 불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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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술교육대(한기대) 산하에 있던 한국고용노동교육원은 지난해 10월 독립기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설립법안을 발의하는 등 신경 쓴 끝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거뜬히 넘었다. 그러나 이후 출범 과정에선 석연찮은 지점이 발견됐다. 한기대 소유의 필지 등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당초 설립 예산에 잡혀있지 않던 취득세 30억원을 추가 지출했고, 이를 한기대와 고용교육원의 불용 예산으로 충당한 것이다. 또 공무원 교육을 비롯한 사업 내용이 한기대 산하였던 고용노동연수원 시절부터 했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아 독립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방면에서 ‘급조’된 흔적이 엿보인다.

문제는 혈세를 들여 만든 공공기관이 왜 부실 검토 논란을 빚을 만큼 형편없는 처지가 됐느냐다. 공공기관은 지난 10년간 해마다 6.5곳씩 늘어 올해엔 350곳에 달한다. 짧은 시간에 덩치를 무지막지하게 불린 만큼 곳곳에서 소화불량 문제가 나오고 있다.
안병수 사회부 기자
공공기관 설립은 국회의원들의 치적용 사업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의원들은 지역구나 상임위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한 뒤 관계자들에게 한껏 생색을 낸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새로 생긴 공공기관 30곳 중 50%(15곳)가 의원 입법의 결과물이다. 21대 국회에서만 공공기관 신설과 관련된 안건이 60건을 넘는다. 그러나 의원 입법을 통한 공공기관 설립은 기획재정부의 타당성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돼 사전 검증 장치가 부실하다. 고용교육원 혈세 낭비 사례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권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나 퇴직한 고위공무원 등 ‘그들만의 안락한 노후’를 보장하는 자리로 전락한 채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시사저널 보도에 의하면 전체 공공기관 약 2800명의 임원을 전수 분석한 결과 140개 기관에서 245명의 ‘낙하산 인사’를 발탁했다고 한다. 이들이 지난해 챙긴 연봉만 182억원에 이른다. 예컨대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노정윤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로 자리를 꿰찼다. 정부가 하사하는 전형적인 ‘보은 인사’다.

그러면서 ‘동아줄’이 없는 청년 구직자들의 박탈감은 키우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원의 3% 이상을 청년(만 15~34세)으로 신규 고용해야 하는 공공기관 중 15.4%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대신 경력직 등 전문 인력으로 그 자리를 메꿔 당국의 청년 고용 의지를 의심케 한다.

공공기관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전체 공공기관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5조3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15조7000억원에 비해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위시해 신규 채용을 늘려 국고 부담이 가중됐으나 공공사업 영업 실적은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국은 공공기관 개혁에 늦은 만큼 더욱 기민하게 나서야 한다. 공공기관 난립을 막을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방만 경영 등 문제가 있는 기관들을 솎아내 필요한 경우 퇴출도 불사해야 한다. 인사 공정성 확보는 기본이다. 제발 공공기관들이 혈세 잡아먹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하자.

안병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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