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네잎클로버를 뜯지 않고 놔두면

- 2021. 8. 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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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딸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엄마, 우리 네잎클로버 찾기 할까?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이 무슨 새로운 놀이라도 찾았다는 듯 큰소리로 호응하며 모여들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왜 네잎클로버를 찾아야 하느냐 묻자 초등학생 아이가 그것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며 친절하게 나폴레옹의 구사일생 일화를 일러주기도 했다.

얘들아, 안 덥니? 네잎클로버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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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딸아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보고만 있는데도 숨이 턱턱 막혔다. 체감 온도가 36도라는데 놀이터의 아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심지어 툭하면 전력질주를 해서 나를 질겁하게 했다. 한참 뛰어놀던 딸아이가 문득 내게 오더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 수를 헤아려보았다. 모두 여섯이었다.

근처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가서 일반적인 아이스바 절반 크기의 미니 아이스바 스무 개가 들어 있는 상자를 통째 사왔다. 딸아이에게 상자를 들려주고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아이스바를 나눠 주라고 시켰다. 그런 다음 나도 아이들 부모에게 하나씩 권했다.

아이스바 개수가 인원수보다 많음을 알아챈 아이들은 금세 하나를 다 먹고 하나를 더 청했다. 그중 한 아이가 물었다. 딸이 한 명인데 왜 한 개만 사지 않고 이렇게 많이 샀어요? 나는 아이스바를 건네며 대꾸했다. 딸은 한 명이지만 너희들도 같이 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잖아. 너희도 덥고 너희 부모님도 다들 더우실 테니 같이 나눠 먹으면 더 좋지. 아이가 눈을 크게 떴다. 오, 아줌마 좀 훌륭하시네요!

부모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저만치 풀밭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내게 소리쳤다. 엄마, 우리 네잎클로버 찾기 할까? 그러자 나머지 아이들이 무슨 새로운 놀이라도 찾았다는 듯 큰소리로 호응하며 모여들었다.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왜 네잎클로버를 찾아야 하느냐 묻자 초등학생 아이가 그것을 찾으면 행운이 온다며 친절하게 나폴레옹의 구사일생 일화를 일러주기도 했다. 클로버 찾기에 집중한 아이들의 조그만 머리통 위로 한낮의 뙤약볕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그것을 지켜보던 부모들이 한마디씩 했다. 얘들아, 안 덥니? 네잎클로버 찾기 어려워. 이제 그만 찾고… 찾았다! 어디? 와, 진짜다!

정말 네잎클로버였다. 그것을 찾은 이는 조금 전 내게 아이스바를 왜 많이 샀느냐 물었던 그 아이였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클로버를 가리키고 있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이 어서 그것을 따라고 했다.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안 딸 거야. 내가 이걸 따면 나한테만 행운이 오지만 여기 이대로 놔두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오잖아. 그게 더 좋은 거지.

나도 그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오, 너야말로 좀 훌륭한데?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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