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인플레' 저쪽은 '경기 둔화'..이래저래 걱정 [코로나가 키우는 불확실성]

박상영 기자 2021. 8. 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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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9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물가 등
인플레 경고하는 목소리 높지만
기업경기실사지수 다시 하락하고
중국 경기 침체 조짐 ‘수출 악재’
거리 두기로 내수 위축 반복 고민

거리 두기 강화에도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경기 회복세가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약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보다 오히려 경기 회복세가 꺾이는 국면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밥상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자산시장의 과열이 우려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클 것이란 주장도 맞서고 있다.

정부가 6일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조치를 연장하기로 하면서 경기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으로 번질 때마다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하면서 내수가 위축되는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87을 기록하며 3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까지 반영한 7월 경제심리지수(ESI)도 103.9로 올 들어 처음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전체 카드 매출액 등 소비 지표가 아직까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소비가 위축되더라도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조정하면 코로나 확산세가 확연히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4단계 실시 후에도 좀처럼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이 같은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이 소비에는 더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로 가면서 물가를 안정시킬 요인도 일부 대기하고 있다.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점점 사라지는 데다, 앞으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수요 측면에서 물가가 크게 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최근 1년간 상승세를 지속했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3.0포인트를 기록하며 5월(127.8)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나 농축수산물은 주로 공급 측 요인인데 이들 품목에 대한 상승 기여도가 둔화됐고, 향후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면이 부각될 수 있지만 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는 조짐은 국내 수출에는 부정적 신호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7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한 금통위원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이 가계소득, 임금, 고용, 소비의 안정적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전망실장은 “방역 수준이 강화되면 대면서비스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계절적 요인을 제외하고 산정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7%로 약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원자재나 집값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인해 자산 시장 왜곡 현상이 벌어지는 만큼 금리 정상화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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