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물고기도 덥다

도재기 논설위원 2021. 8. 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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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폭염이 이어지면서 바닷물과 강물이 뜨거워져 우럭 등 해상 가두리 양식어류와 서울 도심 한강 지천의 잉어 등이 집단 폐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서해안의 한 가두리 양식장에서 집단 폐사한 우럭들의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독교시대 이전의 로마, 이슬람교시대 이전의 중동처럼 불교시대 이전의 인도는 다신교 세계였다. 인도의 신들 가운데 인드라가 있다. 우리가 아는 제석천(帝釋天)이다. 그 제석천의 궁전에는 구슬로 된 무한한 넓이의 그물이 있었다. 서로 연결돼 그물코를 이룬 구슬들은 저마다의 빛을 내면서도 서로 다른 구슬의 빛까지 비춰냈다. 이 드넓은 구슬 그물이 ‘인드라의 그물’, 즉 인드라망이다.

인드라망은 개별 인간이 각자 제 삶을 꾸리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간세상을 은유한다. 불교 연기론의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우주만물의 인과관계를 드러내는 연기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상호의존적 공생관계라고 말한다. 이는 모두가 얽히고설켜 하나로 연결됐다는 동양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공존·공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드라망의 의미는 더 주목받는다.

찜통더위로 올해 온열 질환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늘어나고 있다. 사람만이 아니다. 우럭, 잉어도 죽어나간다. 남해안의 해상 가두리 양식장 밀집지역인 통영 앞바다에서 양식어류 89만마리가 6일 집단 폐사했다. 우럭 82만마리와 말쥐치·농어 등이다. 진도부터 가덕도 사이 남해안은 물론 서해안의 천수만 등 곳곳에 ‘고수온 경보’가 이어진다. 고수온 경보는 바다 양식어류의 한계인 28도 이상의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발령된다. 강물도 뜨거워졌다. 한강 본류 노량진의 평균 수온은 예년보다 2.4도 오른 26.1도이고, 지천들은 더 높아 안양천의 평균 최고수온은 예년보다 3.1도 오른 31.2도다. 구로구 목감천에선 32도가 한계 수온인 잉어 등이, 송파구 장지천에선 붕어 등이 집단 폐사했다.

사람이 힘들면 물고기도, 나무도, 동물도 힘들다. 이 세상의 존재물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상호의존적이어서다. 유마거사는 ‘네(중생)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란 말로 배려하고 나누라는 가르침을 전했다. 우럭 양식 어민은 치어를 사다 3년간 키워 출하한다. 우럭이 폐사하면 어민에겐 직장인의 3년 연봉이 단박에 없어진 것과 같다. 무더위에 힘들지만 더 힘든 이웃이 있다. 인드라망의 가치를 새삼 되새길 때다. 7일이 가을의 문턱 입추라니 또 힘을 내보자.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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