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은 이길 사람 찾는데..최재형, 집토끼 향한 '우클릭'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선명한 '우클릭' 행보를 보인다. 중도 확장 등 외연 확대에 앞서 '집토끼'인 보수층의 지지부터 잡겠다는 전략이다.
야권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보수층에게 '적폐수사의 원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2030 세대와 중도층 확보가 승부의 분수령인 상황에서 우클릭의 효과에 의문도 제기된다.
6일 최 전 원장은 대구·경북(TK) 일정을 소화했다. 4일 공식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날부터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PK(부산·울산·경남)와 TK 지역을 연이어 방문하고 있다.
특히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최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아직도 이 무더위 속에 고령으로 수형생활을 하는데 정말 가슴이 아픈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원한다면 자기 진영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민 대통합이란 국가적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오늘이라도 사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떤 대선주자들보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력한 요구다. 윤 전 총장은 "많은 국민이 (장기 수감생활에) 안타까워한다"는 수준의 메시지를 내고 있다.
또 최 전 원장의 2박3일 간 영남 일정에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등과 같은 통합 행보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 등이 광주 5.18 묘역 참배 등 전통 보수층의 약한 고리를 집중 보강하는 행사에 공을 들여온 것과도 다르다.
최 전 원장의 이런 행보는 보수 야권 내 구심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내 경선이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보수층 기반부터 닦아야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을 의식한 전략이기도 하다. 보수층 내에서는 여전히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일부 있다. 야권 지지자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윤 전 총장을 내세우지만 마음 속으로는 문재인 정권의 칼잡이 역할을 했던 것에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안방부터 확실히 차지하자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정권과 맞선 전력이 윤 전 총장의 최대 강점이지만 동시에 현재 야권을 향해 칼날을 휘두른 결과 그 자리에 올라갔다는 약점이 있다. 최 전 원장은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밝혔다.
다만 최 전 원장의 집토끼 잡기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강렬한 보수적 메시지가 아니라 정권교체 가능성이고 그 가능성은 확장 여부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당선이 단적인 예다. 사상 초유의 30대 당 대표의 탄생은 정권교체를 향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정권교체만 할 수 있다면 30대 당 대표를 당선시켜서라도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당원들과 여론의 판단이 기라성 같은 중진들을 제치고 1985년생 0선을 대표로 세웠다.
최 전 원장 역시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얻으려면 '상품성'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상품성은 중도와 수도권, 호남, 청년층으로의 외연 확장 가능성에서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오늘이라도 사면 용단"을 말하는 것이 과연 누구의 마음을 새롭게 얻을 수 있을지 관건이라는 의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건 지지층이 능력이나 도덕성, 사상을 높이 평가해서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해줄 수 있는 후보로 보기 때문"이라며 "중도를 사로잡을 수 있는 후보에게 전통 보수층의 지지도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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