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상황 예상 못 하고 31조 당겨 쓴 정부..세정지원 검토에 '세수펑크' 우려도

변태섭 2021. 8.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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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재확산을 예상 못 하고, 성급하게 초과 세수를 끌어쓴 탓에 하반기 '세수 펑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세금 납부 기한을 미뤄주는 '세수 유예' 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리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세금을 거의 전부 끌어다 쓰면서 세정 지원을 할 여유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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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유예·세입여건 악화로 연간 세수 목표 빨간불
31조 초과세수 이미 끌어다 써, 여유 없어
다만 정부 여전히 "달성 가능" 자신
전문가 "세정 지원도 목표 세워서 꼼꼼히 해야"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지금과 같은 코로나 재확산을 예상 못 하고, 성급하게 초과 세수를 끌어쓴 탓에 하반기 '세수 펑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세금 납부 기한을 미뤄주는 '세수 유예' 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미리 들어올 것으로 보이는 세금을 거의 전부 끌어다 쓰면서 세정 지원을 할 여유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하반기 조세납부 유예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 달 종료 예정인 금융권 대출 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도 추가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납부 유예를 논의 중인 세금은 소상공인 등이 내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다. 코로나19 어려움 극복 차원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실시한 종합소득세 등 세금 납부유예 규모(11조1,000억 원)를 고려하면 이번 세정 지원으로도 수조 원의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크다.

특히 종합소득세를 포함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통상 전체 세수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국세 수입 타격도 불가피하다. 지난해 세수에선 소득세(35.4%)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부가세(23.4%), 법인세(20.0%)가 뒤를 이었다.

이런 세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에는 세정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방역조치로 자영업자 등에 희생을 강요한 만큼 세금유예 지원은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런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납세자에 대한 기본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 더 걷힐 것으로 보이는 31조5,000억 원 규모의 초과 세수의 거의 전부를 이미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쏟아부어, 나라 곳간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경기 위축으로 세수 감소도 불가피해, 최악의 경우 미리 쓴 세금을 추가로 보전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정부가 코로나 재확산 같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고, 너무 안이하게 재정운용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일단 연간 세수 목표 달성엔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정 지원 가능성까지 고려했기 때문에 하반기 세수유예를 실시해도 올해 세입예산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 예산을 짤 때보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고, 주택·주식 거래 둔화로 자산 관련 세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낙관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13조8,100억 원)은 코스피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던 올해 1월(26조4,800억 원) 대비 반토막 났다. 2차 추경 예산으로 당겨 쓴 31조5,000억 원보다 세수가 덜 걷힐 경우 적자국채 발행 등 추가 재정 조달이 불가피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내수가 크게 위축돼 부가가치세가 줄고, 주택매매·주식거래량 감소로 세수가 당초 예측만큼 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초과 세수를 너무 성급하게 당겨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세정 지원을 하더라도,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꼼꼼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광범위한 다수에게 일률적으로 세정 지원을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매우 악화한 사람들에게 집중 지원하는 방식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광범위한 세수유예 등은 거둬들일 세금만 줄이고 실제 효과는 적다"고 강조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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