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 커지는 마찰음..이번엔 '돌고래와 멸치' 논쟁

유정인 기자 2021. 8. 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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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 마찰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측은 이른바 ‘돌고래와 멸치’ 논쟁을 벌이며 맞붙었다. 당 무게중심을 둘러싼 당 지도부와 유력 대선주자 측의 다툼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출발을 앞둔 국민의힘 ‘경선버스’ 정류장 분위기도 어수선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당대회 때 (경선) 룰 관련해서 이야기 한 마디도 안하고, 당에서 오라는 이벤트 하나도 안 빠지고 다 가고 해도 선거 치르는 데 아무 문제 없었다”고 적었다. 이 대표와 대선 주자들의 봉사활동,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 이틀 연속 불참한 윤 전 총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 할 분들이 지금 와서는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보인다’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 후보중심 선거”라고 했다.

비슷한 시각 당내 대표적인 ‘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진석 의원이 당의 ‘대선주자 소집’을 공개 비판했다. 정 의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가두리 양식장으로는 큰 물고기를 키울 수 없다.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고,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면서 “후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원하는 것이 당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야권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비유하며 당 지도부가 ‘체급 다른’ 후보들과 한데 묶는 일정을 계속 만드는 것을 비판한 셈이다

그러자 이 대표가 곧바로 SNS를 통해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생각한다. 돌고래 다쳤을 때 때린 사람 혼내주고 약 발라주는 것도 제 역할이고, 멸치가 밖에 나가서 맞고 와도 혼내 줄 것”이라고 맞받으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후보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불참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다툼 아래에는 당내 경선을 바라보는 양측의 서로 다른 구상이 깔렸다. 이 대표는 당 중심으로 뭉쳐 경쟁하는 그림을, 윤 전 총장측은 지도부가 한 걸음 물러나고 ‘돌고래급 후보’가 부각되는 그림을 바란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입당 전 그를 ‘비빔밥 속 당근’에 비유했다가 윤 전 총장측이 불쾌해하고,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에 당 지도부가 불쾌해하는 등 양측이 감정적으로 맞붙는 사례는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전 총장이 이 대표 등을 타고 떨어지는 지지율을 회복해야 하는데, 자꾸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으로 가고 있다”면서 “대세 후보로서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것이라면 좋은 판단은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측은 통화에서 “지도부와 각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함의를 해석할 것도 아니다”면서 “(당 행사에는) 의도적인 게 아니라 일정상 못 간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사이에 쌓인 긴장감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선 버스의 순조로운 운행 준비는 어려워지고 있다. 다른 경선 주자들의 ‘윤석열 때리기’도 가속화해, 출발 정류장의 마찰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TBS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의 불참은) 지지율을 믿고 오만하게 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면서 현역 의원들의 캠프 참여 길을 연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민 전 의원은 SNS에서 ‘윤석열 대세론’을 “허풍론, 허세론”이라고 지적하면서 “윤 전 총장은 반문 결집 세력의 임시 대피소이자 심리적 휴식처일 뿐으로 오래 못 간다”고 했다.

또다른 캠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선에서 정책과 비전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줄세우기’, 주도권 다툼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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