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버스 출발 전부터 '덜컹'..이준석에 책임론 '포화'
"캠프 참여 허용이 줄세우기 결과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행사에 이른바 ‘빅3’ 주자들이 불참하는 등 경선 버스가 덜컹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운전대를 잡은 이준석 대표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당내 주자는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몸값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하고, 윤석열계에서는 “지도부가 과도하게 대선 후보를 관리하려 한다”며 각기 다른 이유를 들어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원희룡 “현역의원 캠프 참여, 잘못된 결정”
전날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회의’에 불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에 대한 질타는 6일 이 대표에게로 옮겨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티비에스>(TBS) 인터뷰에서 “참석을 안 할 거면 왜 입학(입당)을 했는지, 간판이 필요해서 대학 가는 학생 같은 느낌이 든다”며 불참자를 겨냥한 뒤 이 대표가 현역의원의 캠프 참여를 허용한 것은 “당의 오버”이며 “이 대표가 정확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입당시키려고 현역 캠프 참여를 갑자기 허용”했고 “그 결과 우리 당의 최대 고질병이었던 친이(명박)-친박(근혜) 계파 싸움이 또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려고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당내 주자 지원을 허용한 결정이, 결국 윤 전 총장 쪽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윤 전 총장의 당내 위상을 높여주고 ‘줄서기 논란’으로 이어져 갈등까지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행사 보이콧…정진석 “돌고래를 양식장에 가두지말라”
이런 갈등은 ‘빅3 후보’의 행사 불참으로 표면화됐지만 정확하게는 윤 전 총장의 고압적인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당내 분석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가 호남을 방문하고, 김기현 원내대표가 휴가 중이던 지난달 30일 ‘기습 입당’한 데 이어 별다른 이유 없이 행사를 보이콧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 행사였던 지난 4일 ‘경선 후보 쪽방촌 봉사활동’에 최 전 원장은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지방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다’고 양해를 구하며 부인이 대리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그 시각 드루킹 대선 여론조작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권성동 의원의 청와대 앞 1인시위 현장을 찾았다. 이에 이 대표는 “일부 캠프가 각자 개인이 더 나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당 공식 일정을 참석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은 5일 열린 경선 후보 회의 일정에도 ‘휴가 중’이라며 불참했다.
윤 전 총장 쪽에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행사를 기획했다며 이 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윤석열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가두리 양식장’에서는 큰 물고기가 못자란다”며 “우리 당 대선후보 경선의 주인공은 후보들이다. 지도부가 필요 이상으로 대선 후보들을 관리하려다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갈등이 ‘이 대표가 주목받으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 지도부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날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대선주자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그분들이 더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본선에 가서도 그분들이 지지를 받을 텐데, 아직까지는 당대표가 주인공이 돼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석 “8월 경선으로 후보 활동 공간 만들어줬더니…적반하장”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자신을 향한 공격이 ”적반하장”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남들이 9월 말 경선출발론 이야기할 때 혼자 8월 경선 출발론 이야기하면서 경선 일정 당기고 후보들이 빨리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정작 후보들이 주목받지 못하면 ‘대표는 후보 안 띄우고 뭐하냐’고 할 분들이 지금 와서는 ‘대표만 보이고 후보들이 안 보인다’ 이런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공정한 경쟁의 틀을 만드는 것이 후보 중심 선거”라고 반박했다. 또 ‘대어를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지말라’는 정진석 의원의 요구에도 “멸치와 돌고래에게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경선 관리”라고 맞받았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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