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속풀이] 무덤에서 불려나온 '불임정당'..송영길 '아차'

박주평 기자 2021. 8. 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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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불임정당'이라는 편협하고 민망한 언급이 수년 만에 다시 나오면서 여의도가 예민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외부 인사들을 대권주자로 받아들인 제1야당을 비판하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불임정당이라는 것을 자백한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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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8.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유력 정치인의 입에서 '불임정당'이라는 편협하고 민망한 언급이 수년 만에 다시 나오면서 여의도가 예민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외부 인사들을 대권주자로 받아들인 제1야당을 비판하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불임정당이라는 것을 자백한 꼴"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도 아차 싶었는지 논란이 일자 금세 "유감이다. 유의하겠다"고 사과를 했다.

정확한 기원을 찾기는 어렵지만 정치권에선 오래 전부터 유력 대선 후보가 없어 정권 창출 가능성이 낮은 정당을 이런 식으로 비판해 왔다.

지난 2004년 2월 당시 남경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새 대표를 선출하는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한계가 드러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우리 당이 불임정당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1997년과 2002년 대선을 연거푸 패배하며 위기감이 팽배했을 시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던 참여정부 말기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이런 소리를 들었다. 2006년 11월 열린우리당 원내공보부대표였던 노웅래 의원(현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은 "열린우리당이 무능정당, 불임정당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민심이 떠났다는 것도 인정한다"고 했다.

2007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한 민주당에서도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이던 2014년 9월 "우리 정당은 지금 시민으로부터 분리됐다"며 "풀뿌리 대중기반이 없는 불임정당"이라고 자평한 바도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이 발발하고 탄핵 정국이 되면서는 새누리당 차지가 됐다. 현재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2017년 1월 "새누리당 지도부 몇 명이 물러난다고 해서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대선에 있어서는 불임정당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불임' 자체는 '임신을 하지 못한다'는 가치중립적인 의학용어지만, 의학계를 떠나 다른 사회 현상들과 결합하는 순간 그릇된 표현이 된다. '정권 창출'은 정당의 목적이지만 '출산'은 여성의 목적이 아니다. 정권을 창출할 능력이 없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당은 비판받아야 하지만 이것을 '불임'에 비유해선 안되는 것이다.

여성차별 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고 자극적인 정치 공세에 익숙한 정치권은 이런 잘못된 표현을 오랫동안 스스럼 없이 써왔다. 최근 몇년 사이 잠잠한 듯했으나, 당내 주자가 빈약한 제1야당의 정치적 상황이 다시 집권 여당 대표의 헛발질을 소환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불임이나 난임은 보건적 상황일 뿐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며 "특히 불임과 난임의 상황을 겪는 시민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라는 점에서 송 대표의 비유는 심히 부적절하다.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불임뿐 아니라 장애, 성별, 종교 등과 관련해 비하의 의미가 있거나 고정관념에 기초한 단어들도 정치권에서 사라져가는 추세다.

그래도 선거가 달아오르고 정치권이 요동치기 시작하면 정치인들의 '입'이 다시 근질근질할 것이다. 부디, 그렇지 않아도 약자에 속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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