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금메달 못 따면 비애국?..올림픽과 중국의 국가주의
BBC "금메달 못 따면 중국에선 비애국…민족주의 기승"
BBC는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BBC에 따르면,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일본에 패한 중국 선수 류스원은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며 "팀을 망친 것 같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파트너인 쉬신도 "전 국민이 이번 결승전을 고대하고 있었다. 중국 팀 전체가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일부 '키보드 워리어'들이 "나라를 망쳤다"며 두 선수를 공격했습니다. 다른 네티즌들은 심판이 편파 판정을 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중국이 국기로 여기는 탁구 종목에서, 그것도 최근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게 패했기 때문에 중국인들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배드민턴 복식 결승에서 타이완에 패한 중국 선수들도 온라인에서 표적이 됐습니다. 웨이보에는 "잠이 덜 깼니?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형편없다"는 비난 글이 올라왔습니다. 도쿄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 사격의 양첸 선수는 나이키 신발 사진을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렸다가 결국 삭제해야 했습니다. 앞서 나이키는 강제 노동 등 인권 문제를 이유로 신장위구르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해 중국인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중국 매체 "중국인에게 메달은 작은 일부분에 불과"
그러면서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들은 '메달 우선' 사고방식에 작별을 고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우승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간적인 모습, 도전 정신 등을 더 높이 평가하면서 이제 중국인에게 메달 획득은 올림픽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오성홍기 새겨진 선수들 마스크 인기"…선수 가슴에 마오쩌둥 배지도
나아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사이클링 금메달리스트들이 시상식에서 마오쩌둥 배지를 차고 나와 IOC가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치적 선전을 금지한 IOC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가 다분히 국가주의 성향을 띠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다른 어느 나라 경기보다 한·일전 승부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또,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의 선전을 응원하는 것도, 패배보다 승리에 환호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하지만 중국의 올림픽 보도 이면에선 정치적 의도가 읽힙니다. 미·중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한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있는 데 대해 고무돼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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