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집값은 '신축 공급'의 종속변수.. '주택보급률 최고'에도 V자 반등한 울산
수 년 동안 침체했던 울산 집값이 V자 반등 모습을 보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택보급률과 자가소유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데도 집값이 오르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집값 안정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신규 공급량이 급감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또 조선과 자동차 산업 등 지역 기반 제조업의 업황이 회복한 데다 지역 내 풍선효과·정비사업 등 호재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 울산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은 지난 2017년부터 해운·조선업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바 있다. 지역 경기가 안 좋은데도 주택 공급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울산의 주택 수는 35만7674가구에서 39만1596가구로 10% 가까이 늘었다. 2019년 주택보급률은 111.5%로 전국 평균 104.8%보다 높았고, 특별시·광역시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었다.
자가보유율도 64%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울산의 아파트값은 지난 2017년 2.54% 내리며 하락 전환한 이후 2018년과 2019년 각각 11.67%와 3.08%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상승 장이 이어진 곳이 많은 가운데서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 아파트값은 지난해 11.15% 오르며 반등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승세가 더욱 강해졌다.
일부 단지는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2단지 84.99㎡는 지난 17일 직전 최고가보다 8000만원 오른 10억5000만원(8층)에 거래돼 처음으로 10억원 선을 돌파했다.
같은 동 청오하이빌 83.34㎡는 지난해 4월 2억3800만원(6층)에 마지막으로 거래된 이후 이번달 두 배 이상인 5억9000만원(9층)에 팔렸다. 울주군 삼남읍 신화리 KTX울산역금아드림팰리스 84.37㎡도 3억8000만원(28층)에서 4억9700만원(25층)으로 1억1700만원 오른 신고가에 손바꿈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먼저 3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침체와 정부의 규제 여파로 지난해부터 주택 신규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을 상승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울산의 주택 증가율은 0.0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직방 통계 기준으로도 지난 2019년 1만 가구가 넘던 울산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750가구를 거쳐 올해 851가구까지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결국 기존 공급량은 충분했어도 신축 공급이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모양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물량이 줄어든 효과는 올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패턴으로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울산은 그동안 조정기를 충분히 거쳤다고 봐야 한다”면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입주 물량은 부족하니 V자 반등으로 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반산업인 조선·자동차·석유화학 산업의 업황 회복 역시 수요 증가를 통한 상승세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달 19일 울산세관에 따르면, 6월 울산지역 수출액은 자동차·석유화학·조선 등 주력산업의 수출 증가로 전년 동월대비 71.1% 증가한 67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국 수출액의 12.3%이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지난 2019년 6월 수출액(59억2000만달러)보다도 14.1%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한동안 위축을 경험했던 조선업은 올해 전 세계 발주량의 44%를 수주하는 등 부활의 날개를 펼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올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는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이 자리한 동구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합수 위원은 “울산은 본질적으로 산업도시”라며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 등의 부활로 지역 경제가 회복하면서 구매력이 늘어난 것이 수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호재도 일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예를 들어 울산 남구의 경우 신정·야음동 일대의 재개발 사업이 탄력받기 시작했다. 이에 남구의 단독주택 매매량이 지난 1~5월 56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5건)의 4.5배가량으로 늘기도 했다. 울주군은 지난주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0.61%로 전국 시·군·구 중 8번째로 높았다.
박합수 위원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울산의 수요·공급 흐름이 지금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함영진 랩장은 “울산의 내년 물량은 3297가구, 오는 2023년에는 8678가구로 다시 공급이 늘어나 지금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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